2019년 7월 25일
기대하지 않았던 서른 생일. 남들과는 달리 낮고도 이상한 곳에 위치한 감동 포인트가 넘쳐났다.
1. 엄마의 서프라이즈
생일 전날, "내일 나 생일이네"라고 했더니 "어머. 내일 모레아냐? 미역도 안 담궈놨는데!"하고 말하던 엄마. 서운하진 않았으나 의문을 품었다. 날짜를 헷갈릴리가 없는데... 하며. 생일날 뭐 먹고 싶냐는 질문에 외식은 싫고 엄마가 해주는 소갈비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소갈비찜 하는게 얼마나 일인데... 그냥 소고기집이나 가자." 이것도 딱히 섭섭하진 않았다. 엄마들 집에서 요리하는 거 귀찮은거 알거든. 밖에서 먹으면 편하고 좋잖아. 근데 이상하게 외식은 안 땡겼다. 생일 당일까지도 고기집 가자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엄마가 귀찮음을 무릅쓰고까지 날 위해서 요리를 해줄 의무는 없으니까. 퇴근하니 엄마가 집으로 빨리 오라고 한다. 그냥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자고. 현관문을 열기도 전부터 소갈비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 여자 정말 뭐야. 알고 보니 이미 양념도 다 재놓았었다. 더 소름 인 것. 식탁 한 가운데에 자리한 꼬막무침. 이 여자... 정말 갖고 싶다. 아주 크게 감동을 받아버린 내 입에선 자꾸만 방언과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엄마가 무언가 큰 물체를 들고 나오는 순간 1초만에 눈물이 터졌다. 엄마의 선물은 코야 왕쿠션. 난 누가 비싼걸 사주는데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걸 주면 마음이 요동쳐서 눈물이 난다. 게다가 엄마가 이걸 사겠다고 홍대 라인샵까지 직접 다녀왔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이었다. 뭐 이런 엄마가 다있어 정말.
2. 아빠의 관심
"여기서 가장 큰거 달라고 했어!"
케익을 말하고 있다.
"자. 여기 용돈. 이쁜거 사입어."
두둑한 봉투가 전해진다
3. 조금은 더 단단해진 관계
친한 친구들은 뭐 말 안해도 알고 생일을 챙긴다. 왜 약간 애매한 단계가 있다. 오히려 친하거나 아예 안친하면 안챙겨도 된다. 근데 애매하게 친한 경우는 조금 생각이 필요하다. 연락으로만 챙기기엔 그것보단 가까운 사이같고. 굳이 약속을 잡아서 챙기기엔 또 오버하는 것 같은 그런 관계. 더구나 나는 타인의 생일을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굳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 받은 전화들과 선물은 그 애매한 관계를 조금은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수단이 됨을 느꼈다.
4. 고작 한달 반된 신입 일꾼 챙기는 이사님
생일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시고는 내 생일이랍시고 팀원들 전체 점심을 사주셨다. 여기까진 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였다. 오후에 갑자기 개인적으로 부르시더니 선물을 건내신다. 심지어 이때 거하게 점심을 먹은 터라 자리에서 대놓고 졸고 있었다. 심지어 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고르신 립컬러는 내가 자주 바르는 코랄레드계열이었다. 이런 센스.
여러모로 보살핌 받은 생일이었다. 나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굳은 관계를 위해 아주 조금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던 그런 날이었다. 특별하지 않으려 했지만 특별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