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호우주의보

2019년 7월 26일

by 제인

아침부터 난리다. 호우주의보 재난문자는 이미 날아온 지 오래고 이 비를 뚫고 출근해야 한다니 앞길이 막막해져 온다. 이런 날은 좀 자체적으로 자택 근무라든지 아니면 쿨하게 쉬게 해 주던지 하면 안 되나? 아마 출근을 앞두고 침대에 누워있는 이들이 다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 비를 좋아하지만 출근길은 나도 싫다. 많은 사람들이 예민해지는 시간. 아니나 다를까 전철은 10분 이상 지연됐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이 습식 사우나에서 모두가 빨리 이 시간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이미 지각은 확정이었다. 입고 나온 바지 밑단은 다 젖어버렸다. 나뿐만 아니라 지각자들이 속출했다. 이렇게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날에는 꼭 바닥을 조심해야 한다.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 오늘 있었던 약속은 당연히 취소될 줄 알았는데 열정 넘치는 나의 친구는 오늘 꼭 내 생일 축하를 하겠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일까. 하필 약속 장소는 망원이었다. 회사에서 망원을 가려면 9호선 급행을 타고 지옥철을 견딘 다음, 당산에서 합정 가는 2호선을 타고, 또 환승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정차역이 다 승객들이 넘치는 구간이다. 합정에서 갈아타려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게 무슨 재난인지. 내려가는 계단부터 사람들이 밀려 서있었다. 도저히 이거까지 이겨낼 자신이 없던 나는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암에서 올스타전이 있던 날이었다. 호날두가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은 날. 그래도 힘들게 만나면 재미는 있다. 늘. 과정이 힘들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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