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링링

2019년 9월 7일

by 제인

어젯밤부터 링링이 한국을 두드렸다. 자면 집이 무너져도 모르는 나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 티비를 켰다. 아니, 티비로 보지 않아도 대충 들려오는 바람소리만으로도 일정을 다 취소하고 집에 있기로 한다. 창문을 떼리는 바람소리가 어마어마하다. 서울 사람은 그런 게 있다. 기상예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성격일 수는 있으나 여름이나 겨울에 항상 찾아오는 태풍, 폭설, 침수와 같은 단어들은 서울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안일하게 생각하게 된다. 서울은 피해를 입어도 아래에 위치한 지방에 비해서는 늘 살만 하니까. 뉴스에 나오는 재난 현장은 나와는 먼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히지만 이번 링링은 서울도 힘차게 때렸다. 마치 정신 차리라는 듯. 너도 예외는 아니라는 듯 말이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한국은 정말 재난 상황에는 대비가 되어있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금방 잊어버린다. '대충대충 빨리빨리'민족의 특성인 걸까. 안전하고는 싶은데 기반을 새로 다지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 자꾸 싫고 미루는 거지. 이번에도 무사히 이 정도에서 멈춰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다음에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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