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야반도주

2019년 9월 27일

by 제인

이삿짐들을 옮겨야 했다. 가구를 다 버리고 새로 사서 간단한 개인적인 짐들을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아마 엄마는 조금 의문을 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나도 충분히 차로 옮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나온 확신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해냈고 인간은 뭐든 해야 하면 해내는 종족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가구를 들고 옮기는 남자들(a.k.a 아빠와 남동생) 마치 이 날을 위해 이 집에서 남자로 살아왔다는 듯이. 온 힘은 오늘 다 썼다. 동생이 어릴 때, 경기가 안 풀려서 소리 지르는 것은 봤어도 가구를 옮기다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또 처음 보네. 새벽 1시가 되어서도 우린 짐을 차에 실었다. 누가 보면 빚져서 야밤에 일가족이 도주하는 꼴이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