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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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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Nov 24. 2019

뜬금없는 전개

2019년 11월 16일

인왕산에 왔다. 서울에 있는 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산이다.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높은 곳까지 한 번에 오를 수 있다. 대신 완만한 길 하나 없이 오르막의 연속이다. 산에는 오르고 싶은데 너무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싶지 않을 때, 힘들고 싶지 않을 때는 인왕산이 적격이다. 단숨에 오르니 30분이 지나있었다. 같이 간 엄마가 없었으면 아마 20분대로 오를 수 있었을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 피자를 먹기로 했다. 이 주변에 맛있는 화덕 피자가 없을까 하다 찾아 들어간 애즈 라이크. 경복궁 근처는 집회로 한창 시끄러웠다. 문재인 살인마라며 입에 담기도 싫은 말들을 외치며 박정희 탄신일이라는 전단지를 들고 다니는 정신 나간 사람들 틈 사이를 뻐져나왔다. 아무리 사람들이 생각이 다 다르다지만 뿌리부터 틀어진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개조가 안돼. 기분 좋게 와인에 피자까지 먹으니 해가 졌다. 집에 가는 길 우연히 만난 대림미술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리 없지. 바로 티켓을 사서 전시장에 들어갔다.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라는 스페인 아티스트의 전시였다. 제목은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놀이는 삶을 유쾌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그. 그가 작업한 산업 디자인 작품들은 조금은 특이하면서도 일반적이었다. 맞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범주에 있었다. 너무 유별난 예술가인척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재밌는 작품들이 마치 그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별 거 없었던 오늘 하루가 등산, 맛있는 식사, 조금은 특별한 상상의 전시로 꾸며졌다. 할 수 있는 건 다한 무계획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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