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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Nov 30. 2019

퇴사할 사람의 사원증

2019년 11월 17일

잠깐 머물다 가겠다 들어온 이 회사에서도 7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신입 소리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잡코리아를 켜고 이력서를 넣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어. 주인공이 되고 싶어.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데, 부속품 취급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나를 보면서 매번 피가 솟구친다. 암튼 퇴사 욕구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분명.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딱 세 부류. 정말 일을 좋아하는 사람, 다른 것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의 사람,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딱히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즐기는 사람, 타협하는 사람, 어쩔 수 없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라는 뜻이다. 난 아마도 정말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고 넘어갈 아량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려치울 준비가 되어 있다. 막말로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처지도 아니니. 사직서를 매 순간 품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나 길게 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사내 메신저가 울렸다. 사원증을 바뀐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진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내일 때려치워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는 카메라실에서 사원증에 쓰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날 찍어주고 있는 선배는 아마 내 마음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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