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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Nov 24. 2019

연애할 수 있을까

2019년 11월 15일

또 한 남자를 차단했다. 딱히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가끔은 느낀다. 퇴근하고 집에 와 습작을 끝내고 심심할 때. 들여다보지 않는 핸드폰에 반가운 이름이 떴으면 하고 바랄 때. 약속 있는 날 한 껏 꾸몄을 때. 정리해보면 심심할 때와 예뻐지고 싶은 날에만 남자가 생각나는 것 같다. 나도 나 자신이 안타깝지만 절대 사랑이 메인이 될 수 없는 성격. 내 모든 일을 해내고 남은 시간에 날 채워줬으면 하는 게 사랑이다. 연애를 이렇게 인생의 곁다리 취급을 하니 남자들이 나와 연애하고 싶을 리 만무하다. 최근에 만난 세 명의 남자가 있다. 1호는 내가 적극적이었다. 내가 바빠도, 바빠서 연락이 좀 늦어져도 이해해주는 남자였다. 그래서 좋았고 이 사람이라면 연애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나에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조용히 떠났다. 2호는 모든 게 무난했다. 본인도 무관심한 성격에 크게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받는 만큼만 주는 느낌. 그래서 진전이 없었다. 서로가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3호는 연락에 집착했다. 답장이 조금만 늦어져도 닦달했고 마음 상해했다. 그런 상대에게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이 스트레스는 한 밤중에 기분이 하늘을 달리던 나에게 들이닥쳤고, 이 사람의 카톡에 기분이 단숨에 나빠진 나는 결국 끝을 고하며 차단했다. 내 기분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 게 연애구나 싶었다. 큰 걸 얻으려면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주어야 하는 것도 안다. 몰라서 애처럼 구는 게 아니라 그렇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 점이 피곤할 뿐이다. 나. 연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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