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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l 26. 2018

장봉도, 낭만백패킹

낭만에는 경계도 끝도 없다.





10개의 이야기

김포공항에서 운서역까지,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장봉도에 내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여유의 길을 걷는다.
가파르지만 기분 좋은 숨이 훅 차오르는 이 길에는,
푸릇함에 파묻힌 
우리들뿐이다.
장비가 든 가방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가볍다는 증거이다.








소라비빔밥에
바지락칼국수
막걸리

일상적인 메뉴가 공간과 사람이 주는 분위기로
특별하게 다시 태어난다.
주인아주머니가 주신 앵두가지까지,
순간은 사소한 변화로 황홀하게 빛이 난다.








오늘의 이 길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우리를 기다릴까. 
오랜만에 느끼는 몽글한 설레임이 마음에 들었다.
걷는 동안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걷는 행위가 좋았다.
말 그대로의 無의 상태가 주는 고요함에 빠졌다.
상상도 몽상도 생각도 없는 내면의 조용함
어쩌면 내가 원하던 오늘은 바로 이것이었을지도.











각자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우리이지만 나로 있는 것.
하나가 여러개의 모습으로 또 다른 하나가 된다.
개인이 모여 우리가 되었다.
어제까지만해도 내 인생에 없던 사람들이 나의 경계안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장봉도를 나가는 마지막 배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밤을 보내는 사람들만 남았다. 
한들해변 끝자락에, 
우리의 공간이 될 애정어린 사이트를 짓는다. 







(킨포크 감성에 인스턴트 뿌리기 히히)





백합을 잔뜩 잡아온 오늘의 히어로군단
갯벌을 바라보며 오늘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그들은 볼 때마다 더 멀어져있었다.
뻘 촉감에 푹 빠져버린 사랑스런 뻘변태들
덕분에 예상치도못했던 바다향 가득한 조개탕을 먹었다.










뻘군단이 떠나고 남겨진 요리부
불충분한데 충분하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모자라도 풍요했다. 







그렇게 밤이 왔다. 
어느때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했는데 시간은 쏟아져 흘러버렸다. 

늘 행복은 순식간에 지나가더라. 

이럴 때마다 곱씹는 나의 moto는,

'순간에 집중하자'

이 시간에, 이 공간에, 이 사람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내가 가진 '지금'을 완전하게 '소유'하는 방법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조용한 그 길에서도,
펼쳐진 낭만의 길은 끝이 없었다. 
우리의 경계는 낭만으로 인하여 흐릿해졌고
모든 이들이 낭만스럽게 나의 매순간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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