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1인 2 메뉴는 기본

2019년 3월 6일

by 제인



문래동에서 약속이 있었다. 신도림과 영등포 그 사이. 너무 혼잡한 영등포와 신도림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홍대와 합정 가운데에 있는 상수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까지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여긴 양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으니, 메뉴 세 개를 주문하자고 했고 언니는 너무나 당연하게 내 말에 동의했다. 명란 크림 파스타, 비프 카레라이스 그리고 등심 돈가스의 조합을 찾아 주문을 했고 언니는 말이 많아졌다. 음식이 나왔는데 언니는 얘기하느라 많이 먹지 모했고 내 숟가락만 열심히 그릇 사이를 오갔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에는 언니가 너무 안 먹은 것 같아서 잠시 숟가락질을 멈추고 돈가스도 그릇에 놔주었다. 나 정말 매너 있었다.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음에도 배가 안 불렀다. 확실히 양이 늘었다. 열심히 먹은 후, 이젠 열나게 마시러 가본다.


회사, 친구, 연애, 결혼 얘기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주제 중에 어느 하나 내 것인 게 없는데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할 수 있다니. 결론은 다음에 만날 때는 연애하고 애인이랑 같이 만나자는 말로 끝인사를 했는데 언니 하는 말, "우리 평생 보지 말자는 거야?". 연애가 이렇게 힘든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위너야. 우린 언제쯤 연애할 까. 언제쯤 좋은 사람을 만날까. 혼자 메뉴 두개 먹는 것쯤은 일도 아닌데 왜 날 사랑해 줄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이렇게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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