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배가 있었다.
학교 임원 여행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나는 장례식이라는 곳에 처음 가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들과 동기들, 선배들이 순간 반가웠다.
술잔을 기울였고 나는 오랜만에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에 술잔을 부딪히려 했고 한 후배가 술잔은 부딪히지 말자고 했다.
나는 그 순간 사실 많이 민망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자리가 비록 나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앞뒤자리에 자주 앉아 수업을 듣던 후배의 장례식이라는걸 잊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나의 풋풋한 시절을 떠올렸고 그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나는 그의 죽음을 순간 잊었다.
그런데 이 자리가 후배의 장례식이 아니라,
내 엄마, 혹은 내 남편, 혹은 내 아이의 장례식이었다면,
나는 순간적으로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잊어버릴 수 있었을까.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잔인했다.
후배가 좋은 곳에 갔으면 좋겠다. 나보다 어렸던, 나보다 먼저 간,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서 너를 잊었어.
그래놓고 타인의 슬픔은 내 슬픔이다 운운하고 앉아있지.
그래도 부끄러움 털어놓고 너에게 좋은 곳에 가있길 바라는 마음.
나는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운 좋은 사람.
이왕 사는거 사랑하며 살고
앞으로 최소한 너의 장례식장에서 너를 잊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 잔인함이 고의는 아니었음을,
타인의 나를 향한 잔인함도 어쩌면 고의는 아닐 것임을,
기억한다면, 좀 덜 상처 받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