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목을 덜 신경쓰게 되면서, 쉽게 말해 눈치를 덜 보게 되면서 난 행복해졌다.
문학작품 안에 등장하는 나보다 더 이상한 주인공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면서 난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었던 깊은 위로와 마음 치유가 되었다.
남의 눈치를 안 보고 피해를 주지 않은 선에서 나의 식대로 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소수의 사람들만 남고, 그 소수의 사람들이 많이 소중해져서 저절로 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쓰게 된다. 자발적으로 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신경쓰지만 그닥 피곤하진 않게 된다.
일단은 너무 많지 않은 소수와의 관계고, 그들과 나와의 관계가 나에게 자양분을 주는 관계라는 걸 확신하는 단계에 이르렀기에 '자발적으로' 그들을 신경쓰고, 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의 수준에서 도움이나 위로가 되길 바란다.
내 존재가 그에게 가치가 있었으면, 그도 나에게 가치가 있었으면, 우리의 이 관계가 어떤 모종의 작은 열매라도 맺었으면 하는 건설적인 욕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내 숨겨왔던 깊은 마음을 조심스레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난 행복해졌다.
나의 이 어두운 마음, 못난 마음, 이기적인 마음을 가까운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어느 정도 털어놓으면서 나는 나 혼자 이방인이라는 참 외로운 생각의 늪에서 조금씩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겪었던, 느꼈던 고통을 들으며 나는 자기 연민의 늪에서 조금씩 나왔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음을, 어쩌면 나보다 불행한 사람도 많았음을. 내가 내 안에서 사느라 그것을 몰랐음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마음 속에 감추고 살았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면 이미 그 사람은 많이 마음의 병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방황에도 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했던 사람이든 무난하게 큰 탈 없이 지내왔던 사람이든 각자 인생에서 얻은 것이 있고,
우린 그 얻은 것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분명 겪어봐야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잘 보이는 것이 사람을 더 사랑하게 만들지, 더 사람이 싫어지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분명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