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의 힘!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나는 2005년 중국 절강성 항주로 어학 연수를 가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물론 예전 남편은 따로 없다..) 항주는 유명한 서호가 있는 관광 도시답게 아름다운 도시이기에 어학 연수로 많이들 가는 북경이나 하얼빈 쪽으로 가지 않고 항주를 택했더랬다.

나는 일년 동안 항주의 절강대 외국인 기숙사에 머물다가 맨날 한국인들만 만나는 통에 이건 중국에 온건지 한국에서 양꼬치만 먹는건지 알 수가 없어 소심한 나로서는 굉장한 용기를 내어 중국인 룸메이트를 구해 외주(밖에 나가 사는 것)를 하기로 결심 했는데...

내가 한국어를 가르쳐 주던, 당시 비(지금의 김태희 남편)를 좋아하던 절강대 여학생이 내가 집 구하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자기 학교 사이트 무슨 알림방(?)같은 곳에서 룸메이트 구하는 사람을 보았단다.

그래서 그 친구와 같이 가 보았더니 왠 허여멀건한 멀대같은 남자가 멀리서 건들건들 걸어오는 것이었다..

아뿔사.
없는 돈 짜내서 딸래미 유학 보내놨더니 왠 출신도 모르는 중국 남자랑 같이 살고 있는걸 보면 우리 엄마가 참 좋아도 하시겠다.......

그 중국 남자는 파마끼와 염색끼가 남아있는 머리를 하고 건들거려 뭔가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는 한국어를 못 한다며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 가져주던 시절이었다)
뭔가 믿을만 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건방지기까지.......(나도 너 싫어.....)

암튼 그 집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핑계를 대고 허둥지둥 그 집을 나왔는데 (그 남자가 나를 잡아먹을세라) 나중에 나는 다른 두 명의 중국 여자들과 함께 외주를 하게 되었다. (한 중국 룸메이트는 내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정이 되어도 내 방에서 나가지 않고 같이 옆에서 보고 있었더랬다...)

중국 여룸메이트의 사생활 침해(내 방에서 안 나가기)로 결국 그 집도 한달을 채 못 채우고 나와버리고 혼자 살 집을 구하는데 이때는 그 건들거리는 중국 남자가 나의 집을 같이 구해주었다..(중간에 비를 좋아하던 여학생이 내 이사를 도와달라며 그 남자를 자꾸 부르는 바람에 원치 않게 인연이 엮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 건방진(?) 중국 남자와 나는 비를 좋아하던 여학생이 없어도 연락을 계속 취하게 됐고 만나고 보니 정말 내가 사람은 잘 봤더라..(정말 건방졌다.....-_-)

지금의 남편이 된 그 건방진 남자에게 절강대 캠퍼스에서 꽃을 받고 나는 왠지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고 그 후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중국 유학 오기 직전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쌓인 게 많았던 듯 하다..)

암튼 그 남자는 나만 만나면 어디가 그렇게 아픈 데가 많은지..(내가 두통을 부르는 얼굴인가..) 또 나의 영어실력 지적 작렬에.. 외모 몸매 지적에.. 평소엔 어색하게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겨우 입 연다는 게 내 지적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며 결국 국제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데..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는 이 사람이 겉으로는 건방짐으로 강한 척 무장하고 있지만 사실 속은 순두부(?)같이 순박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집에 혼자 있는데 문자가 띠리링~와서 봤더니

"문 열어봐~"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무언가 대롱대롱~

엥? 왠 까만 봉지?

문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까만 봉지를 들여다보니 엥??

이건 포도???

포도를 문에 걸어 놓다니..........

엄청나게 순박하다........!!!o(*////////*)q

평소엔 건방진 척 쿨한 척은 다 하더니 알고보니 이리도 순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난 여자친구 선물로 문에 포도를 걸어놨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우리가 엄청난 것을 그에게 선사해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워지기 쉬운데, 우리 인간은 오히려 작은 것에서 예상치 못한 큰 감동과 기쁨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우리가 그를 기쁘게 하려면 다이아몬드를 선물해야 그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선물하면 엄청 기뻐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우리의 작은 정성, 소박한 마음,
나의 마음을 담은 몇 줄의 댓글은
그를 기쁘게 하기에 충분히 위대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호감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는 줄 힘이 없지만 포도 한 송이는
우리도 충분히 줄 능력이 된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나만의 '포도'는 무엇인지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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