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의 중요성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몇년 전 우연히 법륜 스님의 유튜브 강의를 접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낀 후부터 나는 법륜 스님의 조언대로 나의 태도를 바꿔 보려 했다.

예를 들면, 세상에 옳고 그름이란 없고 단지 다를 뿐이니 내가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네' 하며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강할 때 생기는 것이므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내가 편해지고 상대방에게 맞춰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우선 내가 생각하기에 자기 고집이 굉장히 있어보이는 남의 편을 상대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너 왜 나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냐 따지던가 아니면 괜히 퉁명스럽게 입 뻥끗 안 하며 냉전 상태를 유지한다던가 했을텐데 나는 마음 속으로

'그래 옳고 그름이란 없지.
그저 서로 다를 뿐이야. 남편도 일하고 들어와서 많이 피곤하겠지.' 란 생각을 하며 '네'라는 태도로 신랑에게 불만을 표현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문제였던듯 하다. 범사에 노력한다는 것은 억지로 한다는 뜻이다.이해가 되야 되는거지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언젠가 부작용을 가져온다)

처음에는 내가 이해하려는 태도로 나가니 가정의 분위기도 더 화목해지고 나도 마음의 평화를 얻은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좋아지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캐롤송 피아노 연주회에 가기로 했고 신랑은 회사에서 나는 집에서 출발했다.
이브인만큼 또 오랜만에 연주회에 가는 만큼 나는 설레였고 또한 안 하던 치장을 한껏 하느라 신랑과 한 약속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신랑이 나한테 너는 항상 이런 식이라며 자기는 먼저 집에 가서 쉴테니 나 혼자 연주회에 가라는 것이었다..

띠리리~( OTL )

연주회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연인들만 오는 그 이브 연주회에 나보고 혼자 가라고 하니 정말 설레였던만큼 기분이 팍 상했으나

법륜스님의
"옳고 그름이란 없다. 단지 다름이 있을 뿐.."
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부글거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네"하는 태도로 억지로
"그래^^ 어쩔 수 없지.. 피곤한가봐.. 그럼 집에 가서 쉬어. 나는 가서 보고 올게^^"
라고 한 뒤 연인들만 오는 이브 피아노 연주회에 가서 옆 좌석을 비운 채 홀로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줄~ 흘렸더랬다..

그래도 연주회가 생각보다 괜찮아 혼자서 들으며 마음을 많이 추스린 나는 집에 와서 신랑이 "오늘 연주회 어땠어?"라고 묻길래 "너무 좋았어^^"라고만 말 하고 그전에 내가 기대했던 연주회를 혼자 가게 되어서 얼마나 서운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옳고 그름이란 없고 다를 뿐이니까..나는 나를 내려놓아야 하니까ㅠㅡㅠ)

그런데 그렇게 부글거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신랑을 이해하려고 했던 나의 의도와는 달리 갑자기 신랑이 화를 버럭 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진짜 내 의도와는 다른 이 상황이 너무나 황당했고 그 순간 숨겨왔던 나~의~(예전 어떤 노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으며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야!!!!!!! 너는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사람(마음 같아서는 '놈')이야!!!! 너랑 잘 지내보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니가 알기나 해??!!
너랑은 절대 안 돼!!! 못 살아!!!!!"

이렇게 되버린 것이다....ㅡ_ㅡ

신랑은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는 나를 보며 오히려 더 황당해하는 듯 했고 나는 온갖 난리를 치며 정말 이를 벅벅 갈며 저런 사람(놈)과는 절대 살 수 없다며 마음 속으로 단단히 이혼을 결심하며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홀로 집을 나서려 하자 같이 화내던 신랑이 내가 밤길에 위험할 것 같았는지 그제서야 나의 팔을 붙잡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이런 사람(놈)과 이미 마음 속으로는 벌써 이혼을 해버렸기에 만류하는 손을 심하게 뿌리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인들이 가득한 거리를 홀로 눈물콧물을 휴지로 연신 훔치며 걸어다녔다.

혼자 연인들이 가득한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 한편을 보고 나니 이번에야말로 저 인간과 이혼하리라 결심했던 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고 신랑에게는 많은 문자가 와 있었다.

신랑 왈:
"사실은 너가 연주회 너무 좋았다고 해서 갑자기 화가 났어. 내가 안 가서 연주회도 재미없었다고 말할줄 알았는데..
너가 연주회에 가서 혼자 울었다는 말을 미리 했으면 나는 화가 나지 않았을거야.."

음.......

나는 온힘을 다해 신랑을 이해하려고 한 행동과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무조건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상대방을 더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느낀 건 아무리 세상에 옳고 그름이 없고 다름만 있을 뿐일지라도 나의 감정을 억누른 채 무조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만 보이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는 것이다.
나의 감정을 억누르면 그것은 반드시 봇물 터지듯 언젠가 팍 터진다.
그리고 팍 터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상대방은 상대방의 입장이 있기에 그 사람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하며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의 입장이 있기에 우리의 입장을 나와 생각이 다른 그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감정을 억누르면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많이 앓았다는 소위 '홧병'이 온다.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가슴에 화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나의 생각이 옳아서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입장에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고 나는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꼈어. 하고 상대방에게 표현을 해야지만 우리는 감정의 순환이 건강하게 이루어져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그 상대방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사실 마음으로는 이해도 안 되는데 이성적으로만 나는 그를 이해해야 해 하면서 자신을 억누르는 것은 내 자신이 계속 독을 마시는 것과 같다. 언젠가는 죽는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아기의 성장과정을 보며 우리네 어른들과 비교해보게 된다.

아기가 커가며 제일 먼저 표현하는 것은 입을 가리키며
"아~아~"하고 배고픔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1차적인 욕구인 생리적인 욕구를 표현할 줄 알게 되면 그 다음에 표현하는 것이 "싫어"라는 말이다.

엄마가 나한테 이렇게 하는 것이 나는 "싫어"
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무리 아기일지라도
"싫긴 뭐가 싫어! 말 들어!!"라고 강요하는 것이 물질적 폭력과 맞먹는 중대한 정신적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배고픔만 해결되었다고 해서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었다고 해서 충분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싫어"라고 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자신이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반대로 상대방도 자신을 표현할 자유를 줘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표현 방식이라면 우리는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다소 불편하게 할지라도 말이다.

서로 감정의 순환이 건강하게 흐른다면,

우리는 더욱 더 건강하게,
더욱 더 깊고 애정있는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나한테도 허용해주고
더불어 상대방에게도 그 권리를 허용해주자.

잠시는 불편할지 몰라도
나중엔 더 깊고 편안한 관계가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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