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이야기 제2장
2장. <남자>편
내가 심리학자가 된건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이 무심코 틀어놓는 뉴스의 엽기적인 사건이라던가 혹은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사연들을 접하며 그저 궁금증이 생겼을 뿐이다.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배후에는 무슨 목적이 있는건지.
나의 궁금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으니 한편의 논문이 되었고 그 논문을 계기로 나는 더 많은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그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녀는 언제나 나에게는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청순했던 그녀는 어느 순간 돌연 불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고 또 구걸이라도 하는 듯 비굴한 눈빛을 비치다가도 또 자기가 마치 세상이라는 제국의 여왕이라도 된 듯 도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녀에게 청혼한 이유다.
나는 언제나 사람을 관찰하기를 좋아했고 그것은 나에게는 즐거움이자 의무였다. 사람들은 나의 즐거움의 결과로 무언가 의미있는 교훈을 도출해냈으며 그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동력이었다. 나를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크나큰 힘. 활력.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에는 사실 수많은 의미와 역사가 담겨져있다. 개인의 역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역사, 또 드러난 욕망 뿐만 아니라 은밀한 억압까지.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일상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일상을 우리는 소홀히 한다. 바보 같이.
최근에는 공포심에 관한 연구가 한창인데 이것도 꽤 흥미롭다. 인간의 모든 행동의 근저에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우리가 무엇에, 또 왜 공포를 느끼는지 그것이 참 궁금하다. 인간의 감정에서 공포를 없앤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과연 삶의 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두려움은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사람이 이렇게 평온하게 생존의 위협 없이 살기까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인간의 대부분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두뇌는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비책으로 두려움이란 기제를 심어놓았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도대체 그것이 왜 두려운가. 실체는 있는가. 우리는 우리에게 다시금 물어봐야 한다. 도대체 이것이 왜 두려운지를.
사랑스러운 아내가 화장품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내일은 그녀에게 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