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 제1장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제1장. <여자>편

내 남편은 명망 있는 심리학자다.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무의식적인 행동에 관한 연구로 학계에서 많은 인정을 받았고 현재는 인간의 공포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나이스한 사람이고 젠틀한 사람이며 신뢰할 만한 사람이다. 처음 나에게 프로포즈 하던 날, 우리는 마음 속으로 약속을 했다. 우리는 깊이 연결될 것임을, 그리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될 것임을.

그는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결코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나의 전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앎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사랑을 하면 알고 싶기 마련이다. 그는 점점 더 나를 사랑하고 있고, 그래서 나를 점점 더 알고 싶어한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거니까.

나는 늘 그에게 공손하다. 아니, 예의를 갖춰 대한다는 편이 더 맞겠다. 그의 어떤 결정이든 나는 신뢰하고 기꺼이 따를 의사가 있다. 부부란 응당 그래야 하는거니까.

오늘도 그는 나에게 물었다.

“오늘 기분은 어때? 아직도.. 별로야?”
“아니, 오늘은 좀 괜찮아. 당신은?”
“나야 늘 당신 걱정이지. 당신만 괜찮으면 나는 다 좋아.”

어제는 기분이 좀 별로였다. 아끼던 화장품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또 늘 가던 산책을 빠뜨렸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진 않다. 늘 그와 함께 있으니.

가끔은 아주 화려하게 차려 입고 그를 맞이한다. 익숙한 내 모습에 지쳤을 그를 위해서. 늘 하던 나만의 은밀한 행위도 조금은 그를 의식해본다. 내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또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기도 하다. 그는 늘 모든 걸 받아들인다.

가끔은 그가 나를 보는 눈동자의 의미를 해석해보기도 한다. 혐오인지 흥분인지 모를 눈동자일 때도 있고 금지인지 체념인지 모를 눈동자일 때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늘 그 모든 걸 받아들인다.

나는 늘 궁금했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너에게 나는 무슨 의미인지.

나는 오늘도 그를 맞이한다.
잃어버린 화장품을 애타게 찾는 나의 모습을 그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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