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사람이 부럽지만..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고전.

예전에는 고전은 그저 어려운 책인줄 알았다. 언젠가는 한번 읽어야할텐데,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데 뭔가 심오하고 이해가 되지 않고 재미 또한 없어 계속 미루게 되는 숙제같은 그런 것.

그런데 고전이라고 분류가 된 그런 책들이 단순히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님을. 인간의, 바로 나 자신의 차마 부끄러워서, 터놓지 못했던 그러한 인간 본성을 꿰뚫어 보게 해주었기에 위대한 고전이라고 불리었음을 알게 해준 책.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첫문장부터가 특이하다.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통 매력이 없다. 내 생각에 나는 간이 아픈 것 같다.”

음..

첫문장이 간이 아픈 거라니...

암튼 이러한 자기 고백에서 시작해서 미친(?)자기 분석이 이어지는데……왜 이리 내가 다 부끄러워지는지...

정말 내가 이런 간이 안 좋은(?)사람의 맘 속으로 무단침입해 모르는 사람의 속을 몰래 들여보다가 들킨 사람처럼 왜 내가 다 부끄럽고 내가 다 쑥스러운건지...

그것은 나에게도 분명 그 간이 안 좋은 사람 같은 면이 분명 있기에.. 마치 내 속을 누군가 훤히 들여다보고 ‘너 속은 이래, 내가 설명해줄까?’ 하고 주저리 주저리 내 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 같은 그런 낯부끄러운 마음???

이런 게 고전이라니... 그저 어려운 게 고전이 아니라 간이 안 좋은 사람이 내가 될 수도, 너가 될 수도 있는, 드러내기 힘들었던, 혹은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인간 본성을 낱낱이 거울처럼 드러내줬기에 이것을 위대하다고 했던 것...

간이 안 좋은 사람이 매춘부 리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로 불쌍한 그녀를 구원하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며 혼자 도취된다.

어렵사리 마음을 열고 그에게 찾아온 그녀에게 모욕을 주었으나 그가 불쌍한 사람임을 알고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 앞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설움과 슬픔을 모두 토해낸 그는 그녀와의 새로운 삶을 잠시 꿈꾸어 본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한 그는 그녀에게 하룻밤의 대가로 돈을 건네주며 마지막으로 모욕을 준다.

끙끙거리는 고통에도 쾌락이 있기에 우리는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며, 우리는 과학적 통계에 따라 분석하여 2*2=4처럼 딱 치면 딱 예상된 결과가 나오는 피아노 건반 같은 존재가 아닌 인간이라는 말.

인간은 자기에게 해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욕망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소중한 것, 바로 우리의 ‘개성’을 보존해주기 때문이라는 것.

정상적인 사람이 배알이 꼴릴만큼 부럽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를 계속 부러워할 것이라는 것.

그는 자신이 바라는 것은 오직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라며 현실의 안락만 추구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지하에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소설을 마무리 한다.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차나 마셔!” 나는 독살스럽게 말했다.
나 자신한테 성질이 난 것이었지만, 물론 그걸 감당하는 건 그녀의 몫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녀를 향한 무서운 분노가 내 마음 속에서 끓어올랐다. 이대로라면 그녀를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나는 계속 그녀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맹세했다.
‘모든 게 이 여자 탓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혹시 ‘모든 게 이 여자 탓이다’ 라고 생각하는 지하생활자는 아닌지 생각해 볼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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