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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Jan 23. 2023

가시는 드디어 무디어졌을까

나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모두가 우리가 가진 “결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당신의 글을 읽는 것, 당신이 나의 글을 읽는 것, 우리가 어느 비좁은 한구석이라도 맞닿아 연결되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 우리가 가진 “결핍” 때문이다.


우리는 늘 우리도 알지 못하는 공허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상황이 더 나아진다고 생각보다는 행복해지진 않는다는걸 알게 된다.


결핍이 충족되면 우리가 연결되려는 욕망도 그만큼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산다면 그건 우리가 인격적으로 성숙해서도 아니고 서로가 사랑할만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그저 우리가 가진 결핍이 우리가 함께 하도록, 서로를 보듬도록 했을 뿐이다.


한때는 우리가 가진 결핍이 가시가 되어 서로를 찌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는 그 가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그 가시가 어쩌면 나를 보호해주었음을, 다른 누구가 아닌 “너와 내가“ 같이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음을.


날카로운 가시가 드디어 무디어졌음을 느꼈을 때 오는 짠함도 있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안 변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그 나름의 짠함과 감동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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