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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Feb 27. 2023

진정으로 외로울 땐 저절로 착해진다

사람들에게서 너무 오래 멀리 떨어지면 나에게 안 좋다는 걸 알아서, 어떤식으로든 사람들과 교류를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하려고는 하는데,


사람들하고 서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또 그들의 일에 관심 갖고 나도 조금이나마 참여해보고(그러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내 능력과 사회성을 계발하고)


사실 그러고나서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많이 어울리고 나서) 드는 느낌은 내가 열과 성을 다해 사람들을 구경한다는 느낌?이다.


진짜 내가 그 안에 (그 교류에, 그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좀 공허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어디서든 무표정보다는 웃음을 보이고, 비난보다는 칭찬을 하고, 서로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것 같다.


어쩜 이렇게 많은 것이 다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까.


많은 것이 의미 없다고 느껴지기에 내 주위에 있는 풀과 나무를 보게 됐지만 말이다.


아이가 접는 종이접기도, 아이들의 말도 되지 않는 논리와 농담과 슬픔도, 오히려 내가 이렇게 멈춰있는 상태에서 더 잘 들어오는 것이다.


그들에게 그것이 의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보기 좋은지, 나도 덩달아 가끔은 그들이 떨어뜨린 행복을 주워가는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기쁨도, 슬픔도, 내가 멈춰있으니 더 잘 보인다. 그들의 기쁨에 동참하고, 그들의 슬픔을 모른 척 하지 않고, 내가 어쩌면 전보다 그들에게 더 진심으로 관심 갖는 것이 사실은 내가 허해서, 그들이 가진 것으로(비록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지라도) 나를 채우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허함을 덜 느끼고 싶어서라는 것을 그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이럴 때는 이 지구에 단지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에 위로 받는다. 나도 같이 시덥잖은 얘기 나눌 사람이 있고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고 읽을 책이 있음을.


누구도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진 못할 거 같아서 가슴이 휑할땐 내가 먼저 휑한 누군가의 가슴에 노크할 수 있음을 너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작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마음에 되새긴다. 그러니까 나도 태어났겠지.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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