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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Dec 08. 2023

헤어지긴 싫은데 계속 같이 있긴 싫다

부부가 되고 같은 공간에서 매일 주어진 의무를 다하면서 때되면 해야하는 관계를 맺을 때는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 같은 무미건조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그런 무미건조한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설거지를 하는 나의 뒤에서 갑자기 내 중요한 부위를 주물럭대는 남편을 보고 정말 나는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기분이 너무 상했었다. 애써 분위기를 잡지도 않고, 맡겨놓은 음식 찾아가듯이 당연한듯 일상적으로 되버린, 나의 의사와 기분과는 상관없이 여자의 의무가 되버린 그런 것들.


그래서 그당시에는 남편의 그런 행동들이 나를 굉장히 기분 나쁘게 함을(이제는 여자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몇번을 참다 참다 알렸는데, 남편도 당황해했던 기억이 난다. 너가 기분 나빠할줄은 몰랐다며(남편 입장에서는 내가 무조건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그런 에로틱한 행동을 좋아하리라 생각했나보다. 여자는 그렇지 않은데. 성적인 행동은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의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힌다. 중요하고 은밀한 둘만이서 할수있는 행동이기에 너무 쉽게 감행하면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존중받지 못한것 같은 오해를 하게 된다)


그때는 남편이 날 욕구의 대상으로 언제어디서든 배고프면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 정도로 생각하나 싶어서 상당히 불쾌했는데, 남편과 떨어져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의 행동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남편도 무미건조해져버린 우리의 관계를 돌려보고 싶었던 것 아닐까.


매일 의무가 되버린 관계에서 웃을 일도 없고 그러던 와중에 서로 떨어져있는 생활을 선택한 지금은 남편에 대한 소중함을 조금씩 느껴지기도 한다. 부부는 싸워도 같은 이불 덮고 자야 한다는데.. 의도적으로 떨어져있으면서 애뜻함이라도 가지는게 나을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싸우더라도 같이 있는게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같이 있었을땐 너무 힘들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생겨서 헤어지긴 싫은데 같이 매일 있으면서 어떻게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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