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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Oct 10. 2022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오늘 코칭을 하다 화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폭발해 버렸고, 그런 자신을 탓하는 상황. 필요했던 '화'인지 얘기를 하다 내 예전 일이 생각났다. 


한참 아시아 태평양 영업 헤드 일을 하던 그때는, 평소에 일이 더디거나 맘에 안 들면 화를 내던 내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자각을 한참 하고 있었다. 당시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받고 있었는데, 마사지사가 몸에 미열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저 나이 때문에, 날이 덥기 때문에라고 하고 싶었지만, 때는 2월. 한참 기온이 낮을 때였고, 그 순간 미열이 있은지 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을 파악하고자 정기검진도 가고, 용하다는 한의원에도 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이상 없음'이었다. 


어느 날, HR 전무님께서 내게 괜찮냐고 물으셨다. 왜 그러시냐고 하니, 


"어젯밤에 상무님 위해 기도를 하는데, 상무님 허리가 90도로 굽어 있었어요. 등에 가득 나무 짐을 진 상태로 걷고 있었어요. 괜찮으세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대답했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2월에 느꼈던 온몸에 미열은 그 후로 6개월이 더 지속됐다. 


어느 토요일 오전 마시지를 받으러 가는 중 신호 대기를 하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그 미열이 화였구나. 예전에는 화가 나면 화를 냈지만, 화를 내도 전혀 소용없고, 오히려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그동안 참아왔던 화가 몸으로 나타난 거였구나.' 


그러면서 예전에 HR 전무님께서 얘기한 등이 90도로 굽었던 내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참고 참고 또 참았지만, 문제도, 감정도 해결되지 않고 안에서 쌓이고 또 쌓이고 있었건 것이다. 


'그럼 어쩌지? 화가 난다고 화를 다시 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깨달았다. 화가 안 날 수 없고, 화를 내 안에 쌓아둘 수도 없고. 그렇다면 화를 밖으로 풀어낼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방법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기'였다. 그 뒤로 한 동안 출퇴근 길에 차 안에서 미친 듯이 노래를 불러댔다. 주로 고음의 샤우팅 노래를.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에 있던 미열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뒤로 내가 화를 푸는 방법은, 그리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차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기'이다. 내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말에 둘째와 셋째 동생이 방문했다. 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오는 길이 너무너무 막혔고, 동생들을 수서역으로 데려다주는 길이 또 그렇게 막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소리 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 안 힘들어? 주말이라 쉬어야 하는데. 차도 너무 막히네." 


"아니, 이상하게 하나도 안 힘들어."


이제 나는 안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노래가 나온다는 걸. 


화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로 끝나는 글이 됐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화나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고 꼭 밖으로 분출할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신랑한테 고래고래 소리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단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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