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황 Jun 30. 2021

지극히 주관적인, 내가 본 일본 1편

좌충우둘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Photo by David Edelstein on Unsplash


일반사항

국명 :일본 日本(Japan)

면적 : 약 37.8만㎢(한반도의 약 1.7배)

인구 : 1억 2,626만명(2019년, World Bank)

수도 : 東京(Tokyo)

행정구역 : 1都 1道 2府 43縣(총47개)

종교 : 神道(Shintoism), 불교, 기독교

(출처: 외교부)





일본 음식은 맛있을까? 


몇 년 전, 국내 여행사 3박 4일 여행상품으로 일본에 온천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 모두 일본이 처음이었다. 평소 일본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거리는 얼마나 깨끗한지 자랑을 해댔기에 다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일본에 도착했다. 관광사는 첫 일정 점심으로 우리를 일본 휴게소로 데려갔다. 테이블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각자 먹을 수 있도록 세팅돼 있었다. 일본 가정식이란다. 메인은 돼지고기를 직접 작은 화로에 삶아 먹는 거였고, 밥, 우동, 야채 튀김, 생선 등등 여러 가지 반찬이 있었다. 기대하며 한 입을 먹었는데 아뿔싸, 짜다. 다른 반찬을 먹었는데 이런, 또 짜다. 그래 고기를 먹자, 했는데 웬걸 고기 냄새가 난다. 그제야 가족들의 표정을 보니 안 좋다. 다들 가만히 있는데, 어린 남자 조카가 '엄마, 나 안 먹을래.'라고 하자 한 마디씩 거든다. '요기해야 하니 밥이라도 먹어라. 나도 못 먹겠다. 왜 이리 맛이 없냐?' 


나는 여기 휴게소가 이상하다며 일본 음식들이 절대, 절대 맛없을 리 없다며 다음 식사를 기대하라고 말했다. 저녁때 료칸에 도착해 기모노도 입어보고 료칸 분위기도 보며 기분 좋게 식당에 앉았는데 또 일본 가정식이다. 다들 표정이 굳어졌다. 속으로 괜찮아야 해 라고 하며 한입을 먹었는데 또 짜다. 아~~~~~~~ 정말!! 가족들은 말이 없었다. 조카는 또 '엄마, 안 먹을래.'라고 말했다. 두 번째도 실패


이럴 순 없었고, 이러면 안 됐다. 가족에게 일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심어줄 순 없겠다 싶어, 둘째 날은 저녁에 동네 식당에서 먹자고 제안했다. 열심히 맛집을 찾았는데 웬걸 너무 작은 도시라 없다, 제기랄. 이상해 보이는 술집들만 있고. 탐색하는 길에 편의점이 있어 조카들을 데려갔다. "얘들아, 일본 음식은 맛있다고. 여기서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조카들은 겨우 한두 개를 골랐고 나는 소포장 후라이드 치킨을 골랐다. 돌아오는 길에 치킨을 한입 베물었는데, '아~~~ 너무 짜다. 기름은 또 왜 이리 많은 거야. 나 치킨 좋아하는데.' 그대로 다시 봉투에 담았다. 


떠나는 날까지 여행사는 우리에게 주구장창 일본 가정식을 줬다. 우리는 주구장창 욕하며 밥과 조금의 반찬만 먹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일본 음식을 싫어한다. 아쉽게도 아니라고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일본 음식만 나오면 어머님은 '쟤네는 그 맛없는 걸 어찌 먹는다냐? 일본 다시 안 가고 싶다.' 우리 가족에게 일본 음식은 맛없는 게 됐다. 


나는 일본 음식이 너무 좋다. 아시아 영업 이사일 때, 일본 출장을 참 좋아했다. 내 최애 음식인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까. 나는 담백한 음식이 좋다. 맵고 짠 음식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일본 음식이 내겐 딱 그렇다. 


Photo by Jonathan Petit on Unsplash

일본 음식 중 또 최애는 사시미다. 신선한 건 기본이고, 입에 넣으면 살살 녹고 그렇게 달다. 오사카 공항을 들를 때는 공항 내 필수 코스인 사시미를 먹으로 꼭 들렀다. 좁은 식당에서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기대돼서 좋았고, 사시미를 입에 넣고 나서는 입속에서 천국을 만나니 좋았다. 그만큼 난 일본 사시미가 좋다. 한 번은 도쿄에서 협력사가 유명한 사시미 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감탄을 하며 먹고 있으니, 셰프가 말했다. 한국 생선이 참 좋아서 자기도 쓴다고. 한국에서 생선을 수입한단다. 왜 일본에서 먹는 회가 더 맛있나 했더니 한국의 좋은 생선들은 일본으로 가기도 한단다. 일본에서 값을 더 쳐주니까. 각설하고, 내 최애 사시미는 일본에서 먹는 사시미다. 


기억나는 또 하나의 음식은 나고야에서 먹었던 쌀밥이다. 큰 글로벌 고객이 나고야에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출장을 갔는데, 그 조그만 도시에 두 가지가 유명한데 하나는 쌀, 또 하나는 세라믹 (도자기)이다. 고객과 저녁을 먹게 됐는데, 쌀밥이 세라믹 용기째 나왔다. 우리나라 돌솥밥과 같은 원리인데, 도자기가 더 컸다. 쌀이, 밥이 너어~~~~ 무 너무 맛있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고 고소한 향기가 나고, 그렇게 찰지고, 아, 지금도 생각난다. 아, 또 먹고 싶다. 


또 기억나는 건, 아사히 맥주! 일본 출장을 다니던 그때 내 최애 맥주는 아사히였다. 스위스 살 때 아사히 맥주에 반했던 건데, 일본 직원들이 내가 아사히 맥주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한 번은 고객사랑 저녁을 먹는데, 고객사 부사장이 아사히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직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아사히를 시켰다고 하는 거다. 아사히 슈퍼 드라이! 시원함이 더하다는 설명과 함께. 아, 이래저래 기분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시원함은, 그 청량감은, 너~~~ 어~~~ 무 너무 맛있었다. 고객사가 한없이 이뻐 보였다. 돌아오면서 직원에게 해달라는 거 다해주라고 말했다. 참, 나는 단순한 게 틀림없다. 


일본 음식이 맛있을까? 우리 가족에게 물어보면 '아니다'이다. 내게 물어보면 '그럼, 그럼, 일본에서 꼭 먹어봐야 해!'이다. 


덧붙여 하나! ‘내가 먹은 음식이 나다’라는 얘기가 있다. 한 번은 여직원 한 명과 오전을 같이 보낼 일이 있었다. 식당에서 아침을 같이 먹고, 지하철, 신칸센, 택시,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다 타고 고객사에 가는 중이었는데, 오전 11시쯤 되니 직원에게서 역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계속 같이 있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냄새가 날까 궁금해졌다. 그러다 아침 메뉴가 생각났다. 그 직원은 낫토와 생선구이, 야채 삶은 걸 먹었는데, 식판 전체가 일본간장 베이 스였다는 게 생각났다. 일본간장은 우리가 회 먹을 때 나오는 간장 (소이) 소스랑 맛이 다르다. 조금 더 발효된, 조금 더 깊은 맛이 난다. 일본간장으로 뒤덮인 메뉴를 먹은 그 직원 몸이 발효되는 느낌이었다. 그 직원은 감도 못 잡고 있을 터. 이 일 이후로 해외 출장을 가면 음식을 가려먹는 버릇이 생겼다. 마늘, 김치, 양파를 잘 안 먹는다. 나한테서도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아시아는 하나다?그럴 리가! [인도편I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