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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Oct 20. 2021

성장, 예전의 나를 보내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

올해 7월부터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했다. 평소에 남보다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찐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참 잘 먹었다. 7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배달음식과 아주 친해졌다. 그 결과, 9월 추석이 지나자 몸무게는 급격히 불어나 있었다.


생전 처음 본 몸무게를 마주하자 나름 심각해졌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간식과 야식을 전부 끊기로 했다. 평소에 야식을 먹어야만 잠이 왔던 내겐 꽤 혹독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각성 때문인지 정한 걸 지킬 수 있었다. 아침 8시, 오후 1시, 저녁 6시에 식사를 하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


많이 힘들었다. 식사 후 두 시간 정도면 어김없이 배가 너무너무 고팠고, 어떤 날은 식사를 마침과 동시에 배고픔이 몰려왔다.


희한한 건 예전에는 무조건 먹었던 야식을 끊을 수 있었다는 것. 6시 식사 후 공복감은 참을 수 있었다.


약 2주간 성공적으로 정한 걸 잘 지키니 몸무게가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성공을 먹는 걸로 보상하지 않고, 내려가는 체중으로 삼자고 생각하고 계속 식사 방법을 지켰다.


식사 후 공복감은 여전했지만 참기로 작정하니 참을만 했다.


하지만 3주째로 접어든 이번 주 공복감이 극심해졌고, 온 세상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평소에 안 보던 입짧은 햇님의 유튜브 먹방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게 됐다. 아, 햇님은 나폴레옹 과자점의 케이크를 세 개나 해치우고, 밥을 물에 말아 스팸과 오이지를 섞어 먹고... 햇님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와 언제 뭘 먹을지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한없이 바빴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어제는 점심 먹고 땅콩을, 오늘은 아침 먹고 스니커즈를 먹었다. 드디어 공복과의 싸움에 지고 만 것이다.


자책하며 괴로워하던 오늘 오후 영국에 있는 친구와 서로 코칭 연습하는 일정이 오후 5시에 잡혀 있었고, 이 공복과의 싸움을 주제로 코칭을 받게 됐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공복과 싸우고 있었다는 걸. 드디어 그 싸움에 졌다는 것도. 배고픔이 느껴질 때마다 참고 참으려고 무지 애를 썼는데.


또 깨달았다. 예전의 나는 많이 먹어도 남들보다 살이 더 찐다는 잘못된 믿음 하에, 두세 시간마다 뭘 먹었다면, 이제 나는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간식을 없애는 건강한 나로 바뀌는 과정에 있다는 걸.


이젠 예전의 나를 보내주고, 새로운 나를 만나야 할 때라는 걸. 공복감은 살이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거니,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라는 걸.


내 상태와 공복감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들자마자 거짓말처럼 공복감이 사라졌다. 6시 저녁 시간이 가까웠기에 한없이 배고파야 했지만 순식간에 공복감이 없어졌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새로운 나로 변화는 과정 중에 있고, 예전의 나를 보내고 새로운 나를 빨리 마주할수록 그 변화가 훨씬 쉬워진다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


물론 나는 내일도 오전 10시경, 오후 3시경 또 배가 고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이젠 싸울 필요 없이 공복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니까.


왠지 행복한 이 밤이다. 몸의 살은 빠지고 마음의 살은 더 쪘으려나?



참고. 자고 일어나니 3일간 정체됐던 몸무게가 드디어 빠졌다. 고맙다, 내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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