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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Sep 21. 2021

사랑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두 달 전 멘토 코칭을 받다가 내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코칭 원래 주제는 식욕조절이었다. 평소에 식탐 때문에 군것질을 하는 습관을 바꾸고 싶어 식탐의 이유를 알고, 바꾸고자 했다. 코칭 대화를 하다 멘토 코치가 내가 자꾸 한숨을 쉬는 걸 보고, 지금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물었다. 


가슴이 뭐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고 하니, 가슴이 요가에서 말하는 네 번째 차크라, 사랑에 관한 차크라라고 말하며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는지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난 남녀 간의 사랑을 믿지 않고, 결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기에 싱글로 살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그 사랑으로 부족한 것 같았다. 계속 코칭 대화를 하다 보니 내 4번 차크라인 가슴이 뻥 뚫려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슴에 뚫린 구멍을 난 음식을 탐하는 것으로 메우고 있었다. 


한참을 울다 얘기하다 가슴에 뚫린 구멍은 결국 음식이 아닌 사랑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도 찾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음식으로 뚫린 가슴을 채운다는 자각이 드니 식욕도 한동안 줄어들었다. 음식을 볼 때마다 내게 부족한 사랑이 생각나 더 힘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식욕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사랑에 대한 자각은 있지만 코칭 때만큼 갈구하지는 않았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도 이뤘고, 싱글이니 챙겨야 할 가족도 없고, 커리어에서의 성공도 더 이상 나를 흥분시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본 더 이상 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지금 내 상태였다. 그럼 난 왜 살아야 하나.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라는 말도 내 부족한 마음을 채울 수는 없었다. 


지난 금요일 또 살아야 할 이유와 어떤 가치를 갖고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주제로 멘토 코칭을 받았다. 그러다 코칭 수업 때 배운 Needs (필요)와 Value (가치)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돈을 열심히 벌 필요도, 성공할 필요도 없다는 건 내 Needs가 이제야 충족된 상태가 된 것이다. 필요가 충족되니 가치를 찾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배부른 고민이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하나의 성장이었다. 


그럼 내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멘토 코치는 내게 "What breaks your heart? (뭐가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라고 물었다. 두 가지 생각이 났다. 9살 때 막내 동생이 옆집 아주머니에게 혼나는 걸 보고, 아주머니에게 대들고 싸웠던 것. 강아지를 키우면서부터 동물을 학대하는 사진들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팠던 것. 무언가를 보호하려고 싸웠던 기억들이 있고, 그 이유는 막내 동생이, 동물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미 내 안에 사랑이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내 영혼이 원하는 건, 내 영혼의 본질은 사랑이었다. 세상 속에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깨지지 않는 방패를 내 마음속에 만들었고, 그 방패가 영혼의 본질인 사랑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방패를 이제 부수고, 내 영혼이 좋아하는, 내 영혼의 모습대로 사랑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 구멍을 내게 없는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내 안에 사랑이 있었으니까. 


왜 성경에서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영혼이 원하는 대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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