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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세 개 가져가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Carpe Diem!)

by 켈리황

지난 한 주 내내 몸이 안 좋았다. 체력이 바닥인 느낌,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다. 며칠을 고생하다 병원에 가서 영양제 주사를 맞기로 했다. 어느 병원으로 갈까 하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던 동네 내과에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나 그리로 갔다.


코로나 백신 줄은 거의 없었지만 병원은 여전히 사람이 많고 부산했다. 백신 때문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이 병원은 유독 나이 드신 어르신이 많았다. 어르신들은 계속 와서 이것저것을 묻고, 간호사들은 또 열심히 대답했다. 귀가 안 좋으신 어르신들이 많아 대기하다 보면 저분이 화를 내나 싶은 적도 종종 있었다.


의사는 갑상선이 안 좋을 수 있다며 혈액 검사를 하란다. 수액도 맞기로 하고, 수액실로 갔다. 보기보다 혈관이 가늘기에 피를 뽑을 때 간호사들이 늘 고생을 했다. 역시나 오늘도 간호사는 혈액 검사를 위해 팔에서 피를 빼다 피가 안 나온다며 채혈을 멈췄다. 결국 이번에도 손에 바늘을 꽂았다. 두 번째는 꼭 성공하길 기도했는데 다행히 기도발이 먹혔다.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걸 보며 잠이 들락 말락 하는 데 옆자리에 할머니 한 분이 수액을 맞으려 오셨다. 간호사가 바늘을 꽂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데, 할머니가,

할머니: "있잖아. 나, 달력 두 개 가져가도 돼?"


뭐라 대답할까 궁금해했는데,

간호사: "어머니, 세 개 가져가셔."


할머니는 그래도 확인하신다.

"아니, 우리 동네 내 친구가..."


간호사는 할머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괜찮아, 어머니. 늦게 가져가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이따 얼른 세 개 챙겨가셔."


듣고 있던 내 맘이 괜히 따뜻해졌다. 병원에 왜 그리 어르신들이 많았는지 이해가 됐다. 간호사의 대답은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모든 시나리오를 벗어났고,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간호사의 한마디가 내 맘을 따뜻하게 했다. 할머니도 좋으셨겠지?


앞으로 아프면 여기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괜히 몸도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간호사님!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병원.jpg Photo by Kelly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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