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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Dec 14. 2021

이러지도 저러지도  

100% 좋은 선택이 있을까?

20여 년 직장생활 동안 회사가 대중교통이든 자차든 30분을 넘어본 적은 거의 없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싫었고, 운전해서 출근할라치면 정체시간을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 다녔다.


그런 내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12월부터 시작하는 베이킹 수업을 위해 월요일 저녁 7시까지 잠실 롯데 문화센터를 가야 한다. 집이 수서여서 버스 한 번에 잠실까지 갈 수 있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웬걸,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버스는 사람으로 가득 차고, 도로는 차로 가득하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며 머리를 굴린다. 그럼 차를 가져오면? 아, 이건 더 안 좋다. 도로는 밀릴 거고, 러시아워에 주차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내 강점 중 하나는 전략이다. 전략은 여러 방안들 중 최고의 방법을 빠른 시간 안에 찾는 능력을 말한다. 전략의 머리를 굴려본다. 세 가지 옵션이 있다.

- 1번: 원래대로 버스 타기

- 2번: 자동차 이용

- 3번: 베이킹 레슨 취소


아뿔싸, 어느 하나 맘에 들지 않는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방법을 더 생각해 본다...


더 이상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 있을까? 단점이 하나도 없는 모든 게 완벽한 선택.'


또 머리를 굴려본다. 그런 선택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남들 시집가는 서른에 미국으로 MBA를 하러 간 건 완벽한 선택이었나? 월급 빵빵한 회사를 보란 듯이 때려치우고 개인 사업을 시작한 건 완벽한 선택이었나? 뜬금없이 베이킹 수업을 듣겠다고 한 건 완벽한 선택이었나?


잘하고 못한 선택이라면 꼽을 수 있겠는데 단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선택을 뽑아보니 전혀 없었다.


결국 선택에는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지 않을까? 베이킹 수업을 들으며 베이킹을 배우는 건 좋지만, 만원 버스를 타는 건 너무 싫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베이킹해줄 생각 하니 기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하고 쿠키를 같이 만드는 건 불편하다. 이런저런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는 게 좋을 텐데.


그만둘까? 생각하니 그래도 계속 다니기로 결심한다. 사람들에게 베이킹해 줄 생각 하니 괜히 기뻐져서.


그러다 깨달았다. 세상에 단점 없는 완벽한 선택은 없고, 내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가 선택을 결정하며, 그 선택에 불편한 것도 반드시 있다는 걸.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건 결국 내 마음이라는 걸.


결심했다. 베이킹 수업을 계속 다니기로. 만원 버스 안에서는 에어팟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로.


그런데, 이번엔 불편치가 더 커진다. 버스 기사분이 버스를 너무 과감하게 모신다. 토 나올 것 같다.


"괜찮아, 좀만 있으면 내려."

"괜찮아, 음악이 참 좋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혼자 욕한다. '저 아저씨는 말이야. 운전을 왜 저따위로 하는 거야."


이런 내게 또 하나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상황이 생겼다. 갑자기 노트북이 충전이 안 된다. 어댑터는 바꾼 지 얼마 안 돼, 노트북 문제라 서비스 센터를 가니 메인보드 교체를 하란다. 80만원이 넘게 든다며 차라리 새 노트북을 사란다. 충전 문제 빼곤 아무 문제도 없는데, 다른 게 원인인 거 같은데 메인보드 교체를 하라는 수리기사를 속으로 째려보며 센터를 나왔다.


어쩌지? 노트북 새로 장만해? 아님 불편하지만 충전 잘 안 되는 상태로 이대로 버텨?


오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상황을 마주하고 .


ps. 결국 노트북을 구입했다. 쓸때마다 전기가 찌릿찌릿해져서 과감히. 내가 결정을 못 내리니 상황이 결정을 내려주는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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