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황 Dec 19. 2021

욕먹을 각오하고 적는
벤츠 안 타기로 결심한 이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전에는 외제차는 아무나 못 몬다는 생각을 했다. 차량구입비도 수리비도 만만치 않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와, 저 사람 부자인가 보다' 생각했다. 


요즘은 외제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외제차 중 희한하게 벤츠에 대한 내 인식은 좋지 않다. 난 차를 보면 여려 생각을 한다. 특히 그 차를 누가 타는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타는지 관찰하는데 벤츠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허걱' 한 적이 꽤 여러 번이다. 벤츠에서 문이 열리면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사람이 내리겠구나 생각하는데, 내 눈에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운전석에서 내렸다. 담배를 물고 내리는 사람, 내리자마자 침을 '타악' 뱉는 사람, 헝클어진 옷차림에 눈이 멍한 사람 등등등. 


처음엔 '뭐지'했다가 횟수가 늘어나면서 벤츠에 대한 내 인식은 점점 나빠져갔다. 운전자에 대한 상상과 현실의 괴리가 내게는 가장 큰 차가 벤츠다. 


오늘 벤츠에 대한 내 생각을 믿음으로 바꾼 일이 생겼다. 세종에 있는 동생네를 갔다 서울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바꾸는데, 보이지 않던 흰색 벤츠가 바로 뒤에 있는 게 아닌가. 보통 그러면 뒤차가 속도롤 줄이는데, 이 벤츠는 속도를 더 올려 바짝 따라붙었다. 결국 차선 변경을 하지 않고 다시 원래 차선으로 오니, 이 놈의 벤츠가 내 차선으로 와서 브레이크를 확 밟는다. 난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 주의를 고수해서 피하자 싶어 다시 차선을 변경하니 또 나를 따라와 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미친놈은 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생각하며 속도를 줄여 차 간격을 넓혔는데, 벤츠 운전자가 차만을 열고 가운데 손가락 욕을 한다. "Son of Bitch"였다. 


그러면서 내 생각은 확신이 됐다. 역시 벤츠는 양아치가 몬다. (물론 다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벤츠는 절대로 몰지 않겠다. 


못 모는 게 아니라 안 모는 거다 라는 엉뚱한 자기 위안을 하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사를 위해 어느 한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분명 집을 보러 온다 했는데, 집 안이 그렇게 지저분했다. 거실 한가운데 속옷 바람으로 앉아있는 아저씨, 분명 그 아저씨가 볼일 보고 물도 안 내린 화장실. 지저분이란 단어를 재현해 내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하며 더 볼 것 없이 나오려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하시고, 얼굴은 화장을 곱게 칠하시고. 화려하게 치장하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아주머니 겉모습과 지저분의 끝을 보여주는 집안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때 든 생각은 '저 아주머니 내면은 어떤 모습일까?'였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나는 어떤가 생각한다. 내 외면은 어떤 모습일 까에는 어느 정도 답할 수 있겠는데, 내면은 어떤 모습일까 라고 누가 물으면 어떻게 답할지 모르겠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옷, 명품 백, 다이어트 등등등 외향에는 한없이 신경 쓰는 우리가 내면을 위해서는 어떤 신경을 쓰고 있을까 싶었다. 


난 뭘 하지? 기도, 명상, 독서? 그걸로 충분한가? 


그러다 노래가 생각났다. 마마무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사람일까? 좋은 직장에, 자녀가 두 명이고, 어디 살고, 몇 살입니다... 가 제대로 된 소개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내면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내면을 보고 있을까? 아님 외면을 보고 판단해 버리고 있진 않은가? 


글을 쓰면서 벤츠를 절대 타지 않겠다는 결심의 이유가 바뀐다. 벤츠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에서, 이제는 그 돈을 내 내면을 가꾸는 데 쓰겠다고. 쉽게 화내지 않고, 담대하며, 관대하고, 사랑할 줄 알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이러지도 저러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