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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Mar 30. 2022

생각이 지배하는 내 마음과 몸

3월 중순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 아산 병원에 갔다. 어눌해진 말투, 잦은 잔기침과 사레들림, 급격히 빠진 체중... 대전에 계신 어머님께서는 여러 병원을 다니시다 다들 이상이 없다고 하니,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길 원하셨다. 72세인 어머님께 그 정도도 못 해드리랴는 마음에 아산병원에 예약을 했다. 


금요일 오후 진료를 보니 '루게릭병'이 의심된다며 그 병 전문인 한양대 병원으로 가란다. 아산병원 검사는 7월에나 가능하고, 전문병원도 아니니 한양대로 가라는. 그 병이 뭔지 모르시는 어머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했다. 초기 증상이 딱 어머니 같았다. 잦은 사레들림, 호흡곤란, 기침, 어눌한 발음, 연하 곤란 등등. 모든 게 딱 어머니 증상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생각이 사방팔방 널을 뛰기 시작한 건... 


- 왜 몰랐을까? 어쩜 그리 무심했을까? 

- 루게릭은 난치병이라는 데 몇 년이나 더 사실 수 있을까? 

-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아버지는? 

- 두 분을 내가 모셔야겠지?...


끝이 없었다. 한없이 불안한 마음과 누구라도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하필 그 금요일 장례식장에 갔다. 고모님이 돌아가셔서. 이래저래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는 계속해서 기침을 하셨다. 사래도 들리시고...


'어떡해. 역시 루게릭 병이야.' 


그다음 날인 토요일 밤 10시 어머님을 모시고 응급실에 갔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오셔서. 숨을 못 쉬시고 입도 다물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또 생각했다. '어떡해. 병이 많이 진행됐나 봐.' 


코로나 증세일 수 있다는 직원들 말에도 루게릭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울었다. 


어머니는 코로나 양성이었다. 같이 있었던 아버지와 나는 희한하게도 음성이었다. 두 번이나 검사해도 음성이 나왔지만 아버지와 나 둘 다 한없이 피로했다.


피로감이 계속되자 여러 가지로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어머니 목소리가 듣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0일째, 내 안의 뭔가를 참을 수 없어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섰다. 한없이 고요한 강을 눈앞에, 서늘한 공기가 나를 감싼 그 상태에서 명상을 시작했다. 


- 아산병원을 다녀오기 전과 지금의 상황이 뭐가 바뀌었길래 이렇게 내 마음속이 지옥 같은가? 



- 그거였다. "루게릭 병일 수도 있다".  


루게릭 병인가? 아직 모른다. 즉 아닐 수도 있다. 그럼 난 지금 뭘 걱정하는가? 뭐가 사실인가?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향했다. 한 시간을 넘게 걸으니 피곤한 것 같았다. 


'피곤한 것 같은가? 아님 피곤한 게 사실인가? 


몸에게 물으니 전혀 피곤하지 않단다. 그래, 그럼 조금 더 걷자. 피곤한 것 같은 거지, 진짜 피곤한 게 아니니. 


지옥 같았던 지난 10일이 지금도 내 눈앞을 지나간다. 아직 사실이 아닌 일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일에 나는 어찌 그리 흔들렸는가? 그 생각이 내 마음과 몸을 어찌 그리 지배했는가? 그토록 성장하는 사람이 되자고 했는데 이게 내 모습이구나 싶었다. 


당분간 묻기로 결심한다. 생각 뿐 아니라 몸과 마음에게도.  

'사실인가? 사실인 것 같은가?'  


P.S. 오늘 오후 한양대 병원에서 진료를 봤다. 루게릭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 4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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