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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Apr 08. 2022

감정에 답이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 3일간 어머니 정밀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있었다. 1인 사업가인 나는 꼭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일정도 양해를 구하고 조절이 가능하기에 감사했었다. 하지만, 1인 사업가이기에 일의 성과가 아직은 온전히 내게 맡겨져 있기에 일을 계속 미루고 있는 요즘 내 마음은 불편했나 보다. 


"그래, 3일은 어머니 검사에 집중하고, 퇴원 후 열심히 일에 집중하자." 


목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했다. 쌀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정신없이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다. 늘 어머니 밥을 얻어먹는 처지였는데, 어머니 몸이 안 좋으니 이제 아침밥은 내가 해야 하기에.  


아침을 먹고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서재에 앉아 나름 열심히 집중한다 했는데 겨우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잠깐 쉬자했더니 11시다. 몸보신을 위해 장어를 점심에 사드리기로 했기에 나갈 준비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명하다는 장어집의 장어가 전혀 맛이 없었다. 


부쩍 마른 어머니가 힘들게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도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식사를 하지만, 둘 다 안다, 어떤 마음인지.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 식사를 마치고 집에 오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부모님은 소파에서 잠이 드셨고, 나는 밀린 일을 해야지 해야지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8시 동료 코치에게 코칭을 받았다. 일을 해야 하는 데 왜 안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코칭 주제를 갖고. 


대화를 한참 하다 알았다. 여러 이유로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걸. 


1) 점점 안 좋아지시는 어머님을 보며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2) 4주 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은 불안감 

3) 안 하던 아침을 새벽부터 일어나서 해야 하는 짜증 

4) 당장 검사비도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 병원비는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 

5) 혼자 있던 공간에 부모님이 오셔서 끊임없이 내시는 소리에 대한 짜증. 서재에서 일하다 보면 어머니는 날 도와주신다며 끊임없이 부엌을 오가시고, 아버지는 끊임없이 TV를 틀어놓으시고... 조용한 공간에 적응돼 있던 내게 끊임없는 짜증이 올라온다. 


이 모든 감정을 나도 모르게 누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프신데 이런 걸로 고민하는 딸이 과연 제대로 된 사람인가? 이런 상황에 짜증이 나는 게 과연 늘 내가 말하던 성장한 사람의 모습인가? 


내가 원하는 모습과 실제 내 모습에서 오는 괴리에 난 감정을 누르고 자책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코칭을 받으며 알았다. 감정에 답이 있다는 걸. 억누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절대로 아니라는 걸. 


잘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감정을 더 보기로 한다. 감정에 답이 있다는 걸 또 깨달았으니.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 보기로 한다. 


1) 점점 안 좋아지시는 어머님을 보며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 보약을 해드려야겠다. 

2) 4주 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은 불안감 -> 기도하자! 

3) 안 하던 아침을 새벽부터 일어나서 해야 하는 짜증 -> 이제 대전으로 내려가시면 일단 내일부터는 안한다.

4) 당장 검사비도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 병원비는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 -> 돈을 마련해야겠다. 

5) 혼자 있던 공간에 부모님이 오셔서 끊임없이 내시는 소리에 대한 짜증 -> 보스 헤드셋이 있다는 걸 깜빡했다. 헤드셋을 하니 방 밖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건,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난, 수많은 감정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마다 무시하지 않고,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 감정에 답이 있고, 감정과 마주해 해결을 해야 더 가볍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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