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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트렌드랩 Jun 25. 2017

3D TV의 실패, 전화위복 혹은 전철 밟기

3D TV와 같은 실패는 더 이상 없다  

VR에 집중 중인 기업의 투자 흐름 속에, VR에 대한 회의론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VR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3D TV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며 VR도 잠깐 반짝거리고 사라질 제품이라고 하는 의견들도 많다. 

3D TV는 2010년 주요 TV 제조사들이 더욱 생생한 시청경험을 제공하는 TV라며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출시한 제품이다. 별도의 전용 안경을 쓰면 TV로 시청 중인 콘텐츠를 입체감을 느끼면서 볼 수 있다. 출시 시점부터 문제가 된 건 별도의 안경을 필히 착용해야 하고, 3D 전용 컨텐츠가 미미하다는 점이었다. 당시 제조사들은 안경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거나 인체공학적 설계를 한 안경을 출시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으나, 불편함에 대한 호소는 지속 발생했다. 3D 전용 컨텐츠 역시 기존 영화 제작사, 방송 제작사 등 컨텐츠 제공자들의 호응이 낮았다. 특히, 실사 3D 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용 3D 촬영 장비들이 필요했으나 기존 카메라 대비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하여 확산이 더뎠다. 기존 2D 컨텐츠를 3D로 변환해서 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봤지만 전용 컨텐츠보다 입체감이 훨씬 떨어지는 점 때문에 사용자들의 호평을 듣긴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소비자들이 TV라는 한정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수동적인 자세로 바라보는 경험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장이 크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VR 회의론자들은 3D TV의 이러한 주요 실패 요인인 컨텐츠 부족, 불편한 사용 경험 등을 들며 VR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VR의 경우 3D TV와 차별화되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 3D TV와 달리 더 성숙하고 진보됐다는 것. 3D TV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각기 다른 영상 정보를 보여줌으로서 원근감을 느끼게 하는 착시 현상을 유발하는 기술이었다. 매우 단순한 기술로 입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생생하게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반면 VR은 헤드 트래킹 기술과 접목한 전용 기기를 통해 360도 시야를 제공함과 더불어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풋 장치까지 개발되고 있다.

VR 실제 착용장면 (출처: 지디넷)


 현실과 분리되면서도 동일한 가상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에서 기술적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VR 컨텐츠 제작에 있어 필요한 장비 개발 / 제작 / 유통 역시 3D 촬영 카메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D 카메라와 달리 VR 촬영에 필요한 촬영장비의 기술적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낮기 때문이다. 3D 촬영은 동일한 피사체에 대해서 좌우 영상을 따로 찍어서 다시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동일한 사양의 카메라가 똑같이 1개 더 있어야 되는 셈이다. 하지만, VR은 이와 달리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미 보편화된 액션 카메라를 이용하는 경우, 액션 카메라의 렌즈 화각에 따라 8개 ~ 16개를 이어 붙이기만 하면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혹은, 180도에 가까운 화각을 자랑하는 어안 렌즈를 앞뒤로만 붙여 촬영해도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360 기어, 엘지전자의 360 CAM 등 양질의 중저가 고실속의 보급형 VR 촬영 장비들이 속속들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컨텐츠 유통 측면에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3D TV의 경우 TV 제조사들이 3D 컨텐츠 유통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 컨텐츠 확보 및 유통보다는 TV 제품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마케팅 목적이 더 크다 보니 컨텐츠의 지속적인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VR은 VR 기기 제조사인 오큘러스 / 삼성 등 외에도 유튜브 및 페이스북 처럼 제조사와 연계한 컨텐츠 유통 전문 업체 들이 이미 VR 컨텐츠 확보 및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유튜브에 360도 동영상이 400만 개 이상 올라온 점을 보면 이미 3D TV의 사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우위 요인은 3D TV와 차원이 다른 사용자 경험이다. TV라는 디바이스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3D TV와 달리 VR은 사용자의 시선과 의도에 맞춰 컨텐츠 감상이 가능하며, 인터렉션까지 결합 가능한 매우 능동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VR 확산은 먼저 GAME 부터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으로 유명한 밸브는 최근 대만 제조사 HTC와 손을 잡고 스팀 VR 단말기 ‘바이브(Vive)’를 오는 11월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밸브의 VR 단말 출시가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는 VR 콘텐츠 시장에서 성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게임 분야의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기준 4,500여 개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3,700여 개에서 6개월 만에 무려 21%나 늘어난 수치다. 활발히 이용하는 액티브 계정수만 1억 2,500만 개가 넘고 동시 접속자가 1,0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스팀은 VR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서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플랫폼이다. 실제 Vive의 경우 일부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기기를 제공하는 등 기존 보유 콘텐츠들을 VR 버전으로 개발하여 기존 시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VR 콘텐츠 제작사들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밸브는 HMD(Head Mounted Display) 방식의 VR을 자체적으로 장기간 개발해 왔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밸브는 오큘러스 리프트 버전2의 핵심 기능인 포지셔널 트래킹 기술과 디스플레이 응답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공개된 Vive에는 전면부에 위치한 약 70여 개의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360° 트래킹 서비스’와 VR 이용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트래킹 기술인 ‘베이스 스테이션’을 최초로 적용했다. 여기에 게임 회사답게 VR 기기 뿐만 아니라 일정 공간 내에서 이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위치추적 기능을 탑재한 VR용 게임 컨트롤러도 개발해 제공한다.

  특히 밸브는 ‘스팀 VR’을 오픈 소스화한 Open VR을 주도해 다양한 VR 단말 제작사들이 쉽게 새로운 단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결국 스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VR 단말들의 출시를 권장하고, 이는 다시 VR 콘텐츠 제작사 유인으로 이어져 스팀 VR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 역량과 자체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가장 가치있게 VR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칼자이스, 호미도(HOMIDO)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VR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Kickstarter 같은 소셜 펀딩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VR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중국 제조사들 역시 저렴한 가격의 구글 카드보드 호환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들을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스마트폰 기반의 사업자와 게임과 연동하는 서비스의 사업자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모바일 영상/앱/게임 시장, 후자는 기존 PC/콘솔 게임 시장을 주 대상으로 한다.

  현 시점에서 VR은 게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PC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밸브를 비롯해 콘솔 게임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제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이 잘 갖춰져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VR을 구매하더라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재구매율이 높은 충성적인 이용자 기반까지 보유하고 있어 VR 초기 확산에 적합하다. 하지만 게임 소비자는 얼리어답터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이 VR의 대중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VR 대중화를 위해서는 스마트폰 기반 VR 시장의 성장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스마트폰 기반 VR 시장 역시도 게임과 유사한 방식의 생태계 조성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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