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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서 배우는 삶의 다양성

모임의 본질

by 대건

군대, 학교, 친구 등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모임이 있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진 모임도 있고 새롭게 생겨난 모임도 있었다. 여러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모임 구성원 간의 공통된 관심사나 함께할 활동이 없다면, 그 모임은 존속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만남은 과거를 회상하며 동질감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더 이상의 깊은 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모임에 특별한 기대를 품거나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를 눈치채고 모임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제 각자의 삶이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모임 자체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되도록 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실망스러운 경험도 있었고, 자신감 없는 내 모습이 드러날까 모임에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때로는 귀찮고, 모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술만 마시다 끝나는 자리라면 건강만 해칠 뿐이라는 이유로 모임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책에서 본 한 구절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즐거운 자리라면 가라." 이 단순한 문장은 내가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를 돌아보게 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모임에 참석했던 것이다. 모임은 훈계나 성과를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만남 자체로 의미를 찾는 자리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대화의 깊이를 고민하기보다, 술을 빠르게 마시고 금세 취하며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을 즐겼다. 취한 상태에서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내 이야기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조금 달랐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보려 노력했다. 예전에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그동안은 상대의 이야기에 허점이나 빈틈을 찾으려는 습관이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감정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때로는 단순히 술에 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굳이 문제를 지적하거나 단점을 되새기는 대신, 그 자리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웃고 즐기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모임에서는 정치, 스포츠, 부동산, 금리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나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며 내 입장과 비교하려 노력했다. 과거에는 다수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며 공감하는 척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경청에 집중하고 현재 내 삶에 더 치중하려고 한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나는 갭투자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 빚을 내며 살아가는 삶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며 대출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대출로 인한 고통을 직접 겪은 가족과 친구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는 이미 집을 산 사람이나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나는 이 반론을 통해 모임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모임 자리에서 부동산 문제를 두고 강한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근로소득이 부동산 소득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부동산이 서민들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주장이 통하지 않았다. 평생 집 없이 살아야 하느냐는 반문은 애초에 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 가치관과 너무나 상반된 것이었다.


나는 집이 거액의 자산이기 때문에 이동성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소유하면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가족을 이루고 한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견해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이처럼 각자의 삶의 방식과 우선순위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럼에도 모임에서 나눈 대화와 서로의 관점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결국 모임은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였다. 이러한 만남이 모임의 본질이자 가장 큰 가치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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