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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이 없었다

by 대건

동료의 복귀, 고마움 없는 인사, 그 뒤에 남은 씁쓸함.


우리는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까?


동료가 돌아왔다. 거의 2주 만이다. 택배업이라는 일이 그렇다. 누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대개는 결혼이나 큰일이 있었던 경우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단지 남들보다 세 시간쯤 늦게 출근하고, 평소보다 한참 줄어든 물량만 처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말하자면 잠시 물러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아내가 조리원에서 퇴소했고, 집안의 아이들도 어느 정도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도 다시, 본격적으로 택배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복귀하자 가장 반가워한 건 어쩌면 그동안 그의 물량을 나눠 맡았던 우리였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지원을 끝낸 해방감에 한결 가벼운 얼굴들이었다.


나 역시 그의 지역을 커버하고 있었기에,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는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별다른 말 없이도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아이 출산을 기념해 팀원들에게 떡을 돌리는 모습에서 그의 기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으니, 애국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지회장은 그의 셋째 출산 소식을 단체 밴드에 올렸고, 곧장 많은 이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막내가 제일 예쁘다더라”는 농담도 오가며, 그는 오랜만에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축하 속에 섞인 그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그렇게, 오늘부터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겠구나 하며 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의 구역을 누가 대신했는지는 분명히 알 텐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무려 2주나 됐는데도 말이다. 떡은 전체 팀원에게 골고루 돌았고, 정작 그 자리를 메운 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아무 것도 없었다. 이상했지만,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모두가 그냥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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