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덥고, 노조는 여전히 회사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부에선 누군가 퇴사를 예고했고, 그 여파로 구역 정리까지 겹쳐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레 자리가 마련될 거라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정리가 될 테고, 그러면 내가 들어갈 빈틈도 생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영향으로 내가 들어가려 했던 팀에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소문이란 언제나 반쯤은 과장이고, 반쯤은 진실이다. 문제는 그 말이 다름 아닌, 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엔 어딘가 꺼림칙했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뭐, 안 되면 안 가는 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켠이 쉽게 놓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들었던 말들이 자꾸만 되새김질되었다. 비수기라 물량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이럴 땐 사람을 새로 뽑지 않는다”는 말엔 나름의 논리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애써 흘려보냈던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 되살아났다.
그때 내게 “고생 많았다”며 “드디어 이동하게 됐다”고 축하하던 건 도대체 뭐였을까. 잠깐 기분 좋으라고, 들뜨게 해놓고 다시 제자리로 떨어뜨리려던 건가. 그 말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곱씹을수록 마음이 뒤틀렸다.
나는 그 팀으로 가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구역도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마저도 내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억울하고 분했다. 화가 났다. 나는 그 자리를 기대하며, 누구도 맡기 꺼리는 난코스를 2년 가까이 성실히 책임져 왔는데 말이다.
겨우 두 사람이 양보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물량이 적다며, 구역을 쪼개 나누고 사람은 뽑지 않기로 했다고? 그게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물량이 없어서 사람을 뽑지 않기로 한 겁니까?” 겉으로는 차분하게 물었지만, 목소리엔 억눌린 울분이 묻어 있었다. 실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가, 급히 수습하듯 말했다. “그건 아니고… 원래는 한 명 더 뽑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어요. 지금도 필요하긴 해요.”
처음에 실장은, 한 명이 그만두었고 그 자리를 내가 메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구역 조정에 들어가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 사람이 맡았던 구역이 구조적으로 불합리하게 짜여 있어 팀원들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다는 것이다. 그 논리에 자신도 일단 수긍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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