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이동이 확정된다. 내가 가야 할 팀의 구역 배분도 마무리됐고, 내 자리를 대신할 후임자도 오늘 만나기로 했다. 큰 변수가 없다면, 그가 자리를 잇게 될 것이다. 혹시 불발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동안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왔지만, 이제는 하나씩 정리되어간다. 내 자리도, 갈 곳도, 남길 흔적도 조금씩 윤곽이 잡힌다. 어쩌면 처음으로 모든 흐름이 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 순항 중이다.
그래 그렇게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중이었다. 그런데 실장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았다.
생각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일만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물량만 일정하다면 충분히 만족하며 일할 사람도 많을 거라는 그의 말이었다. 사람을 충원하기 위해 물량을 빼야한다고 생각했던 내 입장과는, 정반대의 견해였다.
“그러니까, 사람을 충원하기 위해 물량을 떼어낸 내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순간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호의적인 사람이라 여겼기에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떤 부분에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 사람은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니까.
겉으로는 단순하고 무심하게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그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내린 결론이 과연 옳았는지 곱씹어보게 됐다. 어쩌면 흔들리지 않으려는 다짐처럼.
먼저 내 구역의 물량을 내가 떼어내지 않았다면, 내 후에 올사람은 절대로 내 물량을 소화해 낼수가 없다. 나는 지금 2명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히 체력으로 커버한다거나 정신력으로 한다는 것은 허풍이나 허세로 생각한다. 어쩌면 빚을져서 절박하거나 가족을 부양한다는 책임감이 사람을 극한까지 옭아매 일을 할수 있게 한다고 가정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택배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초보들이나 하는 소리다. 이 구역을 혼자 맡는다면, 매일 저녁 10시는 넘겨야 일이 끝난다.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오후 8시는 되어야 마칠 수 있다. 그만큼 이곳은 쉽지 않은 지역이다. 하기 싫어하는 구역들이 몰려 있고, 매번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장은 늘 말했다. 이전 사람은 밤 10시까지도 했다고. 택배 일이 좋아서, 집에 가도 별일 없다며 묵묵히 해냈던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를 칭찬했지만, 실제로 이곳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물량 폭주로 감당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고, 결국 주변과의 관계가 틀어져 삐친 채 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과장이 섞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그는 떠났고, 그를 외면했던 사람들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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