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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에서 살아남는 기준

by 대건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 여파는 곧바로 배달 현장에 닿아 기사들이 물건을 잘못 배달해 변상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사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변명을 늘어놓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고객이 실제로 물건을 받지 못했거나 착각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대개는 오배달이거나 주소 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내 동료는 자신이 배달한 물건이 아파트 CCTV에 포착됐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모습이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영상은 문 앞에 물건을 두는 장면이 아니라 단지 해당 층에서 내린 정황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를 근거로 억지로 주장해도 사라진 물건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고객이 이를 납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또한 지속적인 마찰 끝에 결국 경찰이 개입하게 되더라도, CCTV에 모습이 포착된 것만으로 물건을 배송했다는 증거가 인정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억울하고 변상하기 싫은 그 마음을 나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배송 완료 사진을 반드시 찍는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시간을 들여 확실히 마무리 짓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동료에게 솔직히 말했다. 경찰을 불러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없어 실질적인 도움은 주기 어렵다고. 그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다만 사진 촬영이 시간을 지나치게 잡아먹는다며 자신의 방식에는 맞지 않는다고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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