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한진, 쿠팡 같은 대형 택배사들의 '주 7일 배송' 정책에, 국가정보원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까지 겹쳤다. 그 여파는 곧바로 현장에 닿아 우리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1년 중 가장 큰 '대목'이어야 할 추석 기간임에도, 예년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하자 동료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량은 곧 돈이고, 그 돈은 생존의 힘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 보험 만기라 50만 원을 더 내야 하는데...",
"아이 치과 치료비로 몇십만 원이 깨지게 생겼다."
예상했던 수익에 구멍이 뚫리자, 당장의 생활 문제를 걱정하는 한숨 섞인 볼멘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렇게 물량 감소로 불안해하는 상황이었지만, 내 입장은 조금 달랐다. 이미 물량이 안정적인 팀으로 이동한 뒤였고, 지금 배정된 물량이 애초에 내가 원했던 수준이었기에, 수익 감소라는 현실에서 비교적 비껴나 있었던 셈이다.
오히려 팀장은 "물량이 너무 적지 않냐"며 일을 더 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왔다. 나는 "지금 구역도 아직 적응 중"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아파트 배송 구역을 추가로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나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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