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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Sep 18. 2022

숙명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권남희 옮김

이번에도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이 작가가 쓴 책은 도대체 예측 불허이다. 어느 정도 추측은 했지만 그런 대반전을 숨겨 놓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그래서 인기가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몇 번 읽었으니 그래도 이번엔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틀렸다. 

    

이 외에도 쓴 책이 엄청 많은 걸로 아는데 어떻게 그런 상상력을 지니고 썼는지 대단하기만 하다. 지루하지 않은 전개와 계속 다음은 어떻게 되냐고 묻게 만드는 내용 전개


솔직히 그냥 맨 뒷장 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걸 찾아가는 내용에 몰입할 수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읽었다. 읽다 보면 이제 에이 곧 알려주겠지 하면서 그 상황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삐삐나 공중전화가 언급되는 걸로 봐서 상당히 예전에 나온 책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지금 나왔어도 배경이 낯설지 않았다. 책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그냥 책을 보시고 내가 쓰는 내용을 보지 않기를 추천한다. 

     

그만큼 식스센스 급의 대반전이 있는 만큼 먼저 보시기를 권한다.     

책을 읽고 한 가지 느낀 점은 이 작가는 유전자 조작이나 컴퓨터 조작으로 인해 천재가 되는 설정을 좋아하는 듯하다. 남들보다 좀 특별하거나 잘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내용을 많이 다룬다. 어쩌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설정이라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내용이 끌리긴 한다. 상류층의 생활이라던가 스포츠계에서 1등 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등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루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대신 글로 써주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쓰는 듯하다. 

    

맨 처음에는 역시 누가 죽었다로 시작해서 이제 그걸 형사가 풀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읽다 보면 이제 아 누가 범인이지 하면서 색출하다가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작가가 힌트를 조금씩 주는데도 모르겠다. 석궁에 독 묻혀서 죽이는 설정을 하니 그것부터 답답했다. 

    

책 초반부에는 대기업 아들놈이 워낙 남부럽지 않게 살기에 저놈이 나쁜 놈이고 꼭 힘들게 살아온 경찰한테 잡혀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봤다.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상황을 좀 냉철하게 봐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느꼈다.   

  

사람의 마음이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기에 참 난감했다. 멋대로 해석하고 추측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 나오는 대기업처럼 실험을 한다느니 그러한 것은 없겠지만 본인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그들만의 세상은 존재하리라 본다. 서로 간의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책도 거의 파벌 싸움이다. 승리한 자는 다 가져가는 것이고 패배한 자는 끝이다.

     

인간이 인간을 길들이기 위한 시스템은 언제라도 개발하려고 할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들을 지배하는 계층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올라가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지배하는 권력자가 되면 전쟁하러 가게 되고 악순환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되었든 책의 마무리는 해피엔드 이기 때문에 결말은 훈훈하다. 지난번에 읽은 책은 결말이 이상해도 중간 내용이 너무 좋아서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 책은 결말이 대반전이다. 

    

책이 잘 읽히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며 읽게 되면 시간은 순삭이니 킬링타임으로 읽기 좋다.


사람에게는 숙명이라는 게 있고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라이벌이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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