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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Sep 16. 2022

"행성"을 읽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고양이가 리더다. 영화처럼 묘사되는 저자의 문장력에 감탄했다. 마치 고양이 안에 들어가서 인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드는 정도이다. 뭐 표현력이야 전작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으로는 쥐들의 보스 티무르가 이끄는 3천만 대군 vs 인간 4만 고양이 8천 개 5천 의 대결이다. 하지만 개의 활약은 따로 없다. 


쥐가 수가 워낙 많아서 사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합군은 고층 빌딩에서 출입구를 봉쇄하고 견뎌내는 과정을 담았다. 미국이라는 점을 그리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을 하며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있는 만큼 102개의 부족이 함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속이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면 같이 해결할 생각은 없고 책임만 지우려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인간의 모습은 실제와도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물론 고양이가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냥 소통이 되는 걸로 납득하고 봐도 부정할 만 하기는 하다. 애완동물로 키우는 동물인데 의견 제시를 한다? 꿈속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책 중반부에 인간 군인 그랜트 장군의 행보에도 의문이 있다. 여태 어디서 뭐하다가 갑자기 무전이 됐다고 해서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나 쥐들을 몰아내고 빌딩을 수복했는지 좀 억지 설정이었다. 아마 후에 있을 핵무기 사용을 위해 어떤 식으로는 집어넣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후에 있을 내용 전개가 가능하니까 넣은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 일이 터지면 군대는 뭐했냐고 하는 등의 여론도 수렴한 거 같다.

쥐들이 좀비처럼 다 달려들고 배기구로 들어가서 탱크를 궤멸시키는 스토리는 억지가 아니었나 싶다. 탱크가 전시 때에는 엄청나게 위력적이라던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들의 보스와 대화를 할 때 인간의 목숨도 같이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 그 대화에서 쥐의 보스 티무르가 고양이는 살려주지만 인간은 살려줄 수 없다고 하는 대답에 의문이 생겼다. 만약 바스테트가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그랬다면 이제 주인공이 고양이가 아니고 인간으로 다시 바뀌어서 고양이와 쥐를 다 없애는 스토리로 갔겠지만 말이다. 망상이다. 

    

바스테트 주변인들이 다 떠나갈 때는 좀 슬펐다. 수많은 적진을 함께 헤처 나간 동료들인데 점차 없어지고 마지막부에는 바스테트의 멘털이 터져서 다 포기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적들을 궤멸시키는 묘안을 떠올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함께 해왔던 동료들이 없다면 좀 허망할 것 같기는 하다. 뭘 위해서 했나라는 생각이 들을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들은 이미 다 없는데 다른 종족인 인간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설정은 약간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기왕이면 동료들도 다 같이 사는 설정으로 좀 해주지 아쉬웠다.  

   

뭐 그래도 마지막에는 피타고라스가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천재 고양이 피타고라스 “행성”에서는 별로 비중이 없었지만 진 주인공은 피타고라스인데 바스테트가 너무 커버렸다.

     

끝으로 이 책의 순서는 고양이 -> 문명 -> 행성인데 내가 착각을 하고 중간에 문명을 안 읽었다. 어쩐지 전개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난 분명 그 사자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했는데 쥐의 보스 티무르한테 사 형식을 당했다고 해서 아 무슨 과거 이야기처럼 따로 나오나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책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아 중간에 내용이 더 있구나 하고 그때 알아차렸다. 

    

이미 다 읽었으니 무를 수도 없고 그냥 다 보고 읽기로 했다. 다행히 심각하게 내용이 어긋나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작가가 그 전시리즈를 읽지 않고도 읽을 수 있게 과거에 바스테트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 더더욱 그냥 읽은 것 같다. 

    

어쨌든 고층빌딩으로 바구니 타고 이동하는 설정이나 드론 타고 암살하러 가는 내용들을 읽으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책이었다. 영화로 제작되면 좀 웃길 것 같기는 한데 약간 스타워즈 느낌이려나 아니면 토이스토리 같으려나 생각해봤다. 어느 쪽이든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나온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신선한 설정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부하지 않고 읽기 좋았고 이중스파이 활약을 한 폴에 대해서도 재밌었다. 눈치가 보여서 앞으로 통신 활동을 못한다고 하는 내용에 같이 마음 졸였다. 

    

끝으로 책으로도 영화와 같은 몰입력을 가지게 하는 작가의 표현력에 갈채를 보낸다.     


옮긴이가 잘 옮겨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잘 읽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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