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는 고장났고, 사람은 익숙해져 있었다

by 대건

차량을 운행하던 중, 갑자기 계기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전조등을 점검하십시오."


무슨 뜻인지 몰라 차에서 내려 전면 헤드라이트를 확인해 보니, 운전석 쪽 헤드라이트가 나가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조등 레버 위치가 잘못 설정되어 메시지가 뜨는 줄 알았다. 혹시라도 전조등이 고장 나 한쪽 라이트만 켜진 채로 마주 오는 차량에 피해를 입힐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라이트를 끄자 정상적으로 꺼졌다.


어쨌든 그날 배송 일정을 마치고 카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차량이 리콜 대상이었다. 수리를 진행해야 하니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리콜 부품을 교체하는 김에 헤드라이트도 갈고, 방향 지시등도 손보고, 종합 점검도 받기로 했다.


수리를 기다리던 중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차량에 결함이 있어 리콜 대상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작년 12월에 리콜 공지가 올라왔는데,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석 달 넘게 지나버린 것이었다. 결함이 있는 차량을 석 달 이상 타고 다녔다는 생각에 몸이 긴장됐다.

차량 리스 담당자에게 전화해 왜 리콜 대상임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은 황당 그 자체였다.


"운전자 본인이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고, 저희 쪽으로는 통보가 오지 않아서 저희도 몰랐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것보다는 함께 일하는 다른 택배 동료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리스 차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리콜은 무려 7만 대가 넘는 대규모였고, 그 시기에 생산된 차량 대부분이 대상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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