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g Nov 29. 2019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연말에 다시 보기 좋은 영화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아도 괜찮아. 스스로를 용서해.'

일상은 똑같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고, 시간은 속절없이 잘만 가는 뒤숭숭한 연말에 다시 보기 좋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에세이가 원작인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많이 패러디되었고 심지어는 희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게으름의 미학, 인도가 깨우치게 하는 자애. 발리가 알려주는 삶의 균형이 당신을 영적인 삶에 대한 열망으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 한다.


여주인공 리즈는 한 번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하지도 않던 기도를 하게 된다. 신께 묻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기도 끝에서 남편에게 말한다. 더 이상 결혼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영화 속에는 이혼한 여자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인물들이라든지.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에 대해 철부지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때 리즈는 34살이다. 리즈 또한 자신을 사회가 만든 34살의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자기 자신을 대입해 생각한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고 파티에 가기엔, 젊은 남자를 만나기엔 늦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내 친구들은 곧 있으면 30살이 된다. 영화 속 리즈와 비슷한 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10년 전 이 영화가 나왔을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사회를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 밖의 세계가 30살 여성을 어떻게 위치시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주 두려움을 나누는 대화를 하곤 한다.



사실 나이는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이탈리아와  인도 여행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리즈가 다시 발리에 돌아가 주술사 카투를 다시 만났을 때, 카투는 처음에 리즈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가 건네주었던 그림을 보여주자 그제야 리즈를 알아보며 말한다.

" You Liss! You came back!  you you you!"(리즈를 알아보며 반가워하는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사랑스럽다.)

"Last time, You have so much worry, too much sorrow.

Last time, You look like sad old woman. Now you so pretty!"

stress는 라틴어 어원이 압축에 있다. 스트레스는 삶을 압축하고 나이보다 더 늙게 한다.



리즈를 옥죄었던 외부적 가치들은 세 개의 비행기 티켓과 함께 사라 젔다.

첫 번째로 날씬함이라는 가치 내려놓기. 무작정 자기 파괴적으로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고 신선한 자연식품을 몸이 필요한 만큼 마음껏 즐기는 것.

나는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살이 많이 빠졌었다. 일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살찔 음식이 없다. 태양빛 아래에 갓 구워진 나폴리 피자를 보면 인생이 너무나 큰 축복으로 느껴져 신께 감사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그런 기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식사이다. 단지 자기 보상적인 심리로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잠시 잠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행복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먹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던가.



두 번째로 스스로에 대한 비난의 마음이다.

일방적인 이혼 통보와 눈물 흘리는 전남편을 마주했던 리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죄책감을 씻어버릴 수 없었다. 리즈는 다시 기도하는 법을 배운다. 나를 사랑할 수 없으면 남부터 사랑하고 나의 행복을 빌어줄 수 없다면 남의 행복을 간절히 빌면서.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표현하고 가장 큰 전율을 일으키는 인물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텍사스의 리처드이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모든 것을 잃었다. 평생에 걸쳐 후회하고 자신을 모진 비난 속에 몰아넣어왔다. 그는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리즈에게도 말한다. 부디 스스로를 완전히 용서할 때까지 이곳에 남아달라고.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생각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도무지 스스로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자신을 증오하거나 남을 증오한다. 아침에 일어난 기분 나쁜 일을 계속해서 되뇌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 구구절절 설명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우리가 어떤 엄청난 실수를 하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용서하고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자는 우리 자신뿐이다.


모든 사람이 리즈처럼 나를 찾기 위해 굳이 이탈리아로 인도로 발리로 떠날 필요는 없다.

그저 조용히 앉아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된다. 단, 즐겁게. 얼굴로, 마음으로, 간(River)으로도 웃을 것.

작가의 이전글 돈이 많아도 지금 하는 일 계속하실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