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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Apr 18. 2023

네이버 리뷰가 명예훼손이라니

부정적인 리뷰는 무조건 명예훼손인가

찰나였지만 심장이 철컹 내려앉는 경험이었다.

메일을 보는 순간, 내가 무슨 글을 올렸는가 보다 '명예훼손'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유에 압도되어 공포감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니!!'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끼치는 것에 남다른 '결벽'이 있다.

대놓고 떠들라고 만들어둔 카페에서조차 지인에게 목소리 크기를 낮추라고 종용하곤 하며,  식당 점원이 바빠 보이면 부르기보다는 손수 필요한 서비스를 해결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가급적 승하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쪽 깊숙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선다.  공용 엘리베이터에서조차 남편이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즉시, 곧게 편 검지를 입에 갖다 대 남편의 작은 입을 합죽이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유난스러움이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는 이야기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고, 점원은 고객 응대가 주 업무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도 맞다.  만원 대중교통에서 출입구에 서있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속삭이듯 주고받는 대화도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는 아무리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해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리뷰 게시중단 메일


전말은 이렇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홍대의 한 카페에 들렀다.  

전면 통창인 창가석이 전체 90%이며, 테이블석이 한 두 개뿐인 아담한 곳이었다. 손님도 거의 없는 데다 멋들어진 벚꽃 풍경이 눈앞에 화폭처럼 펼쳐진 느낌이 좋아서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자, 눈에 띄게 불편한 안색을 한 사장님이 분주하게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사장님의 일그러진 표정과 지속적인 '한숨 소리' 때문이었다.  이 멋진 카페 운영을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분명히 불쾌한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닐까라고 추정하게 할 정도였다.  눈치를 보며 수 분을 기다린 후에야 비로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주문을 할 수 있었는데,, 결제를 하는 중에 메뉴판 가격보다 모두 인상됐다고 얼렁뚱땅 알려온 데다, 결과적으로 주문한 음료와 다른 음료가 나온 데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장님은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만류한 후 그냥 마시기로 했다. (여기까지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그렇게 음료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자리를 잡았는데,  대화 중에 느닷없이 나타나 테이블 위에 있던 지인의 가방을 거칠게 낚아채 바닥으로 내린 후 '정리해 드릴게요'라는 코멘트를 뒤늦게 덧붙였다. 우리가 당혹스러웠던 것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중요한 소지품을 사전 양해도 없이 함부로 만졌다는 것이고, 더군다나 그 목적이 고객 불편 해소 혹은 친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화룡점정은 카페 안이 만석이 되자, (기다리는 손님이 없었음에도) 우리에게 와서 "시간이 충분히(?) 지났고, 자리가 없으니 그만 나가주시죠"라고 전달해 왔다는 것이다. 마침 나갈 참이었기도 하고, 더 이상 엮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돼서 쫓겨나듯 급하게 나오긴 했는데, 지인과 나는 건물 밖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겪은 일련의 상황에 기가 막혀 '이 카페 다시는 안와'라고 이구동성 외쳤다.


그리고 집에 온 후 이 경험을 고스란히 리뷰에 남겼고, 저런 경고장을 받게 된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고, 주관적인 시각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실과 다르거나, 억측 가득한 리뷰가 되지 않도록 수십 번 읽고, 고쳐 쓰고를 반복했거늘 당사자인 사장님은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형법상 명예훼손이 되려면 공연(公然) 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지(認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하여야 한다,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며, 그로 인해 반드시 사회적 평가를 저하(低下)시켰음을 요하지 아니하고, 저하케 하는 위험상태를 발생시킴으로써 족하다.


위의 명예훼손의 형법상 기준에 따르면 나는 '네이버 리뷰'라는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는 공간에서 내가 경험한 사실을 적시했다. 그 내용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해당 카페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거나 혹은 저하시킬 가능성이 생겼다. 그렇다면 명예훼손 요건이 성립 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부정적인 리뷰'는 모두 명예훼손이 되는 것일까??

법을 알아야 이런 상황에 대처가 될텐데, 덜컥 겁부터 나니 석연치 않은 기분을 다스릴 방법이 없다.   


어찌됐건 적어도 이 이상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내 인생에 하등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쯤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액션은 하지 않을 참이지만,, 이 경험으로 네이버 리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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