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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May 27. 2024

친구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 이유

좋은 친구라면 알아서 들어줄 거니까

내가 가까운 친구를 대하는 심플한 원칙 한 가지가 있다면 '나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바라기보다는 해주는 쪽'을 항상 선택하고 있다.    


친구 자신과 가족의 안부를 먼저 물어봐주고,

사사로운 이야기라도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어떤 감정이라도 우선 공감부터 해주고,

힘든 순간에는 10년 전 에피소드까지 꺼내가며 용기와 힘이 되는 말만 해주고,    

사소하지만 잦은 배려로 '내가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20년 간 걸러지고 또 걸러진 이제는 불과 한 줌 손에 들어오는 몇몇의 친구들에게만 적용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에 더 큰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가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은 아니었지만 (ㅋ)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데서 오는 뿌듯함 그리고 아무나 가 아닌 엄연히 '선정'되었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에 잔뜩 고무되어 있었다.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냅다 자랑 연락부터 돌렸었다.

(물론 지금은 그 선택을 대. 단. 히 후회한다. 지인들이 내 채널의 존재를 아는 것이 글감 선정과 표현 수위에 있어 제약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 브런치 작가로 선정됐어! 구독해 줘!"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일일이 플랫폼의 성격과 이를 통한 나의 "원대한" 비전을 설명해 가며

나의 작고 귀여운 성취를 함께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대부분은 이렇게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가입까지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기꺼이 구독 버튼을 눌러주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때 한 명의 지인이 전혀 예상밖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나는 아무리 친해도 그런 부탁은 잘 안 들어줘"라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친구들에게 '부탁'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노라고.

무엇이 됐건 누군가에는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이미 구독까지 해 준 친구들에게는 커다란 미안함이, 그리고 구태여 거절까지 한 친구에게는 말할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그 친구가 말하는 '그런 부탁'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 채

그렇게 그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같다.

  



가만 생각해 보면 주변 친구들이 내게 뭔가를 부탁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아주 가끔 은행원 동생을 둔 친구의 요청으로 새로 나온 은행 어플을 다운로드하거나, 관련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불과 몇 분만 소요하면 되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남편까지 동원했었다.


그만큼 '부탁'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내게 할 법한 혹은 해도 무방한 부탁을 미리 역 제안하기도 한다.  


"혹시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

"나 그때 시간 되니까 나를 불러도 돼"

"그거는 내가 알아볼께"


그만큼 나는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였으면 하기 때문이다.


인맥이 다양하거나, 능력이 출중해서 친구들이 하는 일에 실질적인 도움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내 일이라면 두 손 두 발 뻗고 나서줄 친구'라는 타이틀은 얻고 싶다.


그게 내가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방법이다.


 



근 1년 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 중에 내가 운영하는 SNS채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냥 요즘 나는 이런 일을 하며 산다는 취지에서 배경음악처럼 흘려보내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말을 새겨들은 친구가 대뜸 묻는다.


"아이디 불러. 구독하게"


구독해 달라는 말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별거 아닌 그 한마디에 느닷없이 가슴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찡해왔다.


별거 아닌 일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반응해 주는 사람,

어렵게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내 마음을 헤아려 행동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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