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회사 망하나요?" 사주 보러 다니는 직원들

언론고시생의 스타트업 적응기 #14

by 지금을

지난 2년 동안 사주를 족히 서너 번은 본 것 같다. 한치 앞날을 모르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보니 불안할 때마다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미래를 점치러 갔던 것이다. 처음 사주 집에 당도하면 우리는 직장 동료가 아니라 대학교 친구 사이인 척 발연기를 했다. 그리고 다들 올해 이직수가 없다는 확답을 받으면 아직 우리 회사 안 망하나 보다 안도하는 식이었다. 뒤늦게 우리가 모두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주 아저씨는 꼭 그런 것은 아니며 대표님의 사주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땀을 삐질 하셨지만. 다행히 아직도 망하지 않았다.


빛나는 애사심 덕분일까. 몇 번을 보러 가도 나는 이직수가 없다고 나왔다. 하지만 제일 처음,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친구와 사주를 보러 간 그 날만은 달랐다.

"올해 이직 운이 있네"

입사 세 달이 되지 않아 나는 아직 프로베이션 기간이었다.

"안돼요! 저 프로베이션 떨어지는 건가요?"

이직 운이 있어서는 안 돼. 나는 이 회사에 계속 있고 싶다고!

"저 2월에 입사했으니까 그것도 올해 이직한 걸로 나오는 거 아닐까요? 이미 이직한 거 아닐까요?"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 해 이직할 기회가 생겼다.


프로베이션에 떨어져서는 아니다.


내가 입사한 지 세 달이 되는 5월 4일은 대체휴무일이었다. 그다음 날 역시 어린이날로 휴무일. 그렇다고 5월 6일에 발표하면 어린이날을 덜덜 떨며 보내야 할까 봐 HR 담당자는 특별히 4월 말에 미리 프로베이션 결과를 발표해주었다. 그는 어린이날 선물이라도 주는 것처럼 유리방에서 과자를 다섯 종류 정도 책상 위에 올려 둔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고르세요."

아마 초코 맛을 골랐을 것이다. 나는 과자든 아이스크림이든 초코 맛만 먹으니까.


나는 진짜 상관없으니까 만약에 수습 떨어져도 하나도 신경 쓰지 마.
나쁜 것들이다. 우리 딸 걱정하게 하고!


내가 하도 불안해하자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실제로 나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내기도 하고, 그렇지만 꼭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다고 절규하기도 하고 그랬다. 장난으로라도 두려움을 승화시키기 위해 동기와 시도 때도 없이 "(자네 우리 회사에서) 나가주게"라 말하다가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좋은 이직 수가 있다는 사주 결과가 달갑지 않을 정도로 한 달 만에 회사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사랑하는 회님에게 혹시라도 차일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


"프로베이션 합격하셨습니다. 그동안 너무 잘해주셨고 팀원 모두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앞서 과자를 고르게 하는 건 무슨 의도적 장치인지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드디어 짝사랑이 끝난 것이다. 유리방에서 멤버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동기랑 나를 평가 중인가 조바심내던 시절도 안녕. 히힛. 고용안정의 서막이 올랐다는 사실에 과자를 부여잡고 기뻐하는 내게 HR 담당자는 나가서 동기를 불러달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동기 역시 과자 하나를 들고 웃으며 유리방을 나왔다. 우리도 이제 진짜 이 회사의 일원이야!


그렇게 나는 5월 황금연휴를 행복하게 쉴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앞날에 꽃길만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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