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7일
부산 토박이인 아빠와 엄마는 영도를 꺼렸다.
"영도는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 안 하나. 영도 할매가 심술을 부려가 이사 갈 때도 영도 할매 몰래 밤에 가야 된다데"
난 영도에 계속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엄마는 내가 산신 할매에게 어디 끌려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난 왠지 지중해 바다보다도 영도 바다가 좋았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갔다가 보게 된 영도 바다에 반한 지 5년. 나는 결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인구 감소 중이라는 영도에서 오래된 아파트를 하나 샀다. 부동산으로 난리인 대한민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실제로 원래도 얼마 안 되던 집값이 몇 년 사이 더 쑥쑥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싫지 않다. 아무리 스트레스받아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보이는 내 방에 늘어져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이재모 피자에 줄 설 필요 없이 15분 만에 포장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우리 단지에는 거북이를 산책시키는 아저씨도 있고, 올수리를 하는 나에게 인테리어 소음은 하나도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토닥여준 주민들도 있다.
여름이면 집 앞바다에서 매일 둥둥 떠다닐 수 있다.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수평선과 배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솜사탕이 된 것 같다. 사그락사그락 톡톡톡. 무엇보다도 아빠가 영도를 좋아하게 됐다.
"왜 영도 들어오면 못 나간다는지 알겠다. 나갈 일도 없고 나가고 싶지가 않다."
이런 게 바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돈 주고 샀지만) 행복 아닐까.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는 예언이 쏟아지는 요즘, 주식과 부동산으로 나만 벼락 거지가 되는 듯한 시대. 누군가가 나에게 “AI가 글도 쓰고 가사도 쓰게 되면 어떡해?”라고 물었을 때 나는 얼른 “나도 쓸 거야”라고 답했다. “나도 쓸 수 있으니까”
어떤 위협에도 나에게 안정을 주는 안식처, 바다가 보이는 나의 작고 예쁜 집에서 나는 줄곧 글을 쓸 거야. 그게 내 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