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늘 Jun 26. 2017

17. '중국시장은 어려워' 전직원이 나선 바이럴 영상

언론고시생의 스타트업 적응기 #17

중국 시장은 제재도 많고 문화적 특수성도 남달라서 뚫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해서 우리 회사의 중국팀도 초반에는 한국팀이나 미국팀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과감하게 선로를 틀게 되었다. 그들의 팀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보기엔 굉장히 재미난 시도들로 가득했다.


그중 하나가 웨이보에 올릴 바이럴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때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동원되었다. 보통은 중국의 먹거리를 체험하고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촬영하는 식이다.


처음 먹은 것은 피딴이었다. 달걀을 삭힌 음식이라고 했다. 냄새가 지독하다는 사전체험자들의 말에 긴장하고 내려가 보니 절대 먹어선 안 될 것 같은 초록색의 썩은 무언가가 있었다.

"고무 씹는 거 같은데"

필히 음식이 아닌 것 같았다. 고무를 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장롱을 먹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고통 속에서 피딴을 시식한 우리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몇 번이나 양치했지만 그 진한 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영상을 본 수많은 중국인은 피딴을 소스도 없이 날 것으로 주면 어떡하냐고 난리가 났다. 소스가 있으면 맛있다는 것이다.  성원(?)에 힘입어 중국팀은 2차 촬영을 준비했다.

그 피딴을 또 먹어야 한다니 (오열)


하지만 반전으로 소스가 뿌려진 피딴은 핵존맛이었다. 왜 그렇게 중국인들이 안타까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피딴의 맛에 눈을 뜬 나는 내심 다음 촬영이 기다려졌다.


슬프게도 피딴급의 행복은 다시 오지 않았다. 다음 촬영은 주로 불량식품이나 캔 음료수 체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끼 식사를 원했는데(쑻) 단 것을 싫어하고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나에게 중국의 인기 간식거리들은 너무 달았다.  

보고 있을 중국인들을 위해 맛있는 표정을 짓고 싶었지만...

대신 중국팀 덕분에 초특급 맛있는 양꼬치 집을 알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 탕수육이 꽤 맛있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중국팀 멤버들은 늘 가지 않으려 했다. 나는 그녀들이 데려간 양꼬치집에서 꿔바로우를 먹고 왜 그녀들이 그토록 탕수육을 거부했는지 알게 되었다. 진부하지만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탕수육이 그냥 커피라면 꿔바로우는 티오피야.


그 뒤로도 중국팀은 꾸준히 영상을 촬영해 올렸다. 한국팀 멤버 중에는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치솟아 개인 웨이보 계정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중국분들 타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눈물)

20대의 마지막 날, 하필 팀 리더와 대판 싸우고 파스타를 폭식하는 나의 모습도 웨이보에 올라갔다.

퇴사 전, 나는 중국팀 멤버에게 부탁해 그간의 영상 파일들을 받았다. 어느덧 추억이 되고 나니 그때 많이 찍어준 중국팀에게 참 감사하다. 많이 찍혀준 멤버들에게도 감사하다. 가끔 영상 속에서 즐거워하는 그 시절의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선물 같은 나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갤투 장례식 "삼성이 실수로 만든 명기 갤투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