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어 보고야 느낀 것들
일요일, 울진에 와서 가족이랑 같이 와서 짐 넣고, 후포항을 바라보며 대게로 최후의 만찬(?)을 했다.
후포항 일대는 조금 번화한 느낌이었는데, 기숙사가 있는 기성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한적한 마을이었다. 편의점도 근처에 없고, 식당도 많이 없고 ... 이곳에서 생활할 걸 생각하니 살짝 걱정됐다.
하지만 금방 적응하겠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 것도 있다.
놀 거리가 많이 없는 이곳에 있으면서 내 할 거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 열심히 하자라는 동기부여.
(이때까지만 해도 놀 거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름 즐거운 울진 생활 중이다ㅋㅋ)
나의 동기부여 소재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어촌 마을에서 언제 또 살아보겠냐는 생각에 울진 생활을 즐겨보기로 했다.
DAY1
입과식은 가볍게 끝냈다. 사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제복으로 환복하고 나니 책임감도 생긴 것 같고, 결연해진 듯했다. 역시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입과식 하고 격납고에 가서 정비하는 모습도 보며 그저 멋있고 낯설었지만, 이곳이 곧 익숙해질 거라는 생각에 설레었다. 이곳에서 만난 교관님들처럼 여유로운 자세를 지닐 수 있도록 파이팅!
사실 매일을 기록해보려 했는데, 울진 생활에 적응하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자가용 지상학술을 끝내고 비행을 하고 있다.
입과 초기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니 초심을 다소 잃은 지금의 나를 돌아봄과 동시에
조금은 발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론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비행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곳에는 운항학과 출신, '항덕', 현직 기장님 자녀들이 꽤 있는데, 아무래도 백지 상태의 나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부러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서 모르는 것을 알려주며 공부나 비행 준비를 많이 도와줬다. 고마워!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에 있다가 비행하신 분들도 교관님이 되시고, 에어라인에 잘 들어가시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뭐든 내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면서 조급해 하는 것보다 나만의 페이스를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행 스케줄이 들어가도 안 좋은 날씨, 항공기 결함 점검 등의 이유로 비행을 오래 못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진도가 빠르게 나가는데 나는 뒤쳐진다고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하여, 개인마다 습득 속도 및 감이 다르므로 처음 시작하는 분야에서 모두가 똑같이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속도에 맞게 하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날이 분명 온다.
원래 실력은 일정한 우상향 사선 그래프가 아니라, 계단식으로 향상된다고 했다!
물론 어렵겠지만 조급해 하는 순간 비행이 안 즐거워지고, 마음만 급해져서 될 것도 안 될 수 있으니까
주변에 휘둘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늦어지면 어때! 훗날 입사하기 위해서 최소 비행 시간을 채우기 위해 타임빌딩(혹은 교관)을 해야 하는데, 미리 레슨 받으면서 타임빌딩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ㅎㅎ
다시 입과 초기 시절로 돌아가자면,
지상학술을 나름 열심히 듣고, 방에 와서 이해 안 되거나 놓친 부분은 따로 검색해보고
책(조종사 표준교재 및 PHAK 위주)도 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때는 이해가 잘 안 되고 어려워도 일단 외우면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다. 나 포함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는데,
"학술 때는 이해하지 못 했던 것들이 비행을 직접 해보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비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지상학술을 공부할 때, 어려워서 힘들어하고 있다면,
비행을 시작하면 다 이해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비행공부도 공부한 내용의 레퍼런스가 중요하다. 따라서 구글링 등을 통해 정보를 추가로 얻더라도, 다른 사람이 적어둔 레퍼런스를 직접 찾아보면서, 직접 레퍼런스와 함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두면 추후 편할 것이다. 나는 이걸 알면서도 레퍼런스를 따로 정리해두지 않아서 나중에 두번씩 일한 격이 되었다ㅎ (구술 공부를 할 때도, 레퍼런스를 같이 외우게 된다)
*레퍼런스는 주로 ICAO, FAA 기반 문서 및 책, 국내법, JEPPESEN 발간 책 등 공신력 있는 자료다.
적게 나마 공부와 비행을 해보니, 교관님들이 대단하시다는 걸 매번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짧으면 짧고, 길면 긴 n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직접 보고 겪은 것들 몇 가지만 써 봤는데,
쓰고 보니 초반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일부분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입과 초반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던 나였는데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느슨해졌다.
울진에서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다시 초심을 찾고 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