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호구인가?'
동네 구멍가게에서 조차 일어날 수 있는 일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언제나 항상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주부로서 코로나와 맞서 싸우며 집콕 생활을 하다가도 어이없는 일에 부딪히게 되는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내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배고픈 날 문구점에서 맛있는 과자랄지 분식 집에서 떡볶이라도 하나 사먹을 수 있는 코묻은 돈이 굉장히 귀했다.
그래서 나는 내 딸아이가 한창 성장기 시절 배고프지 않게 언제 어디서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사먹으라며 딸아이의 지갑을 두둑히 채워두는 게 습관이 됐다.
초등학생들에게 분식집에서 먹는 피카츄 돈까스랄지 콜떡, 슬떡 등이 최고의 군것질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 딸 아이가 다니는 학원 상가 건물에 있는 분식집에서 500원 1500원 2000원 단위로 쿠폰을 팔고 있었다.
시간날때마다 분식집을 들려 쿠폰을 사서 딸 아이 지갑에 채워두었다.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관심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그 분식집 사장님이 바뀐 사실을 알게됐다.
쿠폰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사장님으로 바뀌면서 기존 쿠폰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쿠폰관련해서는 전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문의하세요. 현금으로 바꾸세요'
분식집 앞에 붙여 있는 알림글을 딸 아이가 전해줬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는 세상 심각한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별거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그 번호로 전화해 쿠폰을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왜인걸...
전 분식집 사장님은 얼토당토 않은 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장님이 쿠폰을 안받겠다고 하네요'
-그건 얼마치 쿠폰이 팔려나갔는 지 매출액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치킨 집에서 주는 쿠폰 보시면 알겠지만 쿠폰이란게 소실되는 거 아시죠?
-제가 라면 먹고 받은 공짜 쿠폰도 아니고 내 돈 주고 산 쿠폰이에요. 유통기한도 적혀있지 않은 쿠폰인데 소실이라뇨?
'갑자기 분식집을 그만두게 돼서 아이들한테 쿠폰 쓰라고 여러번 얘기했어요'
-적어도 분식집 앞에 공지를 하셨어야죠. 구두전달의 한계성은 모르시나요
'다른 분들도 이 건으로 연락했는데. 알겠다고 끊으시더라고요'
-몇 천원 밖에 안되니깐 그냥 냅두는 거겠죠. 5만원 10만원 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을까요? 돈 액수를 떠나서 이건 소비자 보호가 안되는 구조네요. 그것만 알고 계세요.
나는 경영방식에 있어서 쿠폰시스템은 소비자 보호는 온데간에 없이 사업자의 이익만을 위한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전 사장님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기분이 들게 하고 싶었는지. 말을 뚝 잘라서 알겠다며 계좌 번호를 주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문득 대학시절 보세 옷가게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엔 하루 전에 산 옷에 대해서도 환불과 교환이 안되는 시스템을 가진 옷가게가 즐비했던 시절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초반에는 힘없이 옷가게를 뒤돌아 나서야 했지만 지금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그때처럼 힘없는 소비자의 입장으로 살진 않을 것 같다.
버젓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는 여전히 존재했다.
몇천원이니깐 그냥 넘어가겠다는 소비자들의 친절이 영악한 사업자들의 이익으로 넘어가서는 안되지 않을까.
당연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불편한 심정은 소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