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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Jul 21. 2021

내가 예술인의 삶을 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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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시절 문득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용기내어 나홀로 발레학원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원체 뻗뻗한 몸이다 보니 스트레칭 기본동작부터 숨이 턱턱막혔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인문계를 가고 싶어서 무용을 시작하려고 하냐"는 무용선생님의 질문에 예술에 대한 순수했던 나의 열정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타고난 유연한 신체를 가진 것도 아닌 평범한 중3여학생을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나의 잠재의식 속 예술에 대한 욕구가 다시 치솟게 된 계기는 미술이었다. 고등학교 건물 꼭대기층에 자리한 미술부 동아리실에는 물감과 연필 그리고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내코를 찔렀다. 대체로 이 냄새가 좋아서 동아리방을 찾았다.  머리가 반쪽난 아그리파, 손떼가 잔뜩 묻어 시커멓게 변색된 비너스의 몸통 등 다양한 신화 속 주인공들의 조각상들이 동아리방을 들어오는 아이들을 반겼다. 


운이좋게도 미술부의 일원이 된 나는 미술을 전공하는 이들을 흉내내고 싶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음을 깨닫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림 실력이 일반인보다는 좀 더 나았지만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아마추어인 수준이었다. 노력과 연습을 통해 길러질 실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금새 실증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술을 하고자 하는 나의 관심이 내가 가지지 못한 예능인들의 특별함에 대한 동경이지 않았나싶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예술은 주체적인 개물(個物)을 통하여 보편적인 표현을 하고자 하는 기술인 동시에 지적(知的) 활동이다. 예술활동은 현실세계에서 격리된 상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서, 작가 개개인의 예술관에 의해서 재구성된다. 근대예술은 한층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 무용, 음악, 문학 등이 근대 예술이다. 작가들은 그 작품 속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그나마 알고 있는 작가 중에 개인적으로 동화작가 전이수를 좋아한다. 아마 대한민국에 전이수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유명할 것 같다. 그의 작품에는 스토리가 있다. 장애를 가진 동생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해 축복이지만 약간은 힘겨울 엄마에 대한 위로 그리고 소소하지만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 등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펑범한 것들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을 작품에 담는다. 그는 제 나이에 비해 더 깊고 놀라운 생각을 표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략한 설명으로 작품을 해석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나보다 어린 나이의 전이수 작가를 통해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고 평범한 것으로 부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최근 시청한 드라마 '마인'에서도 눈에 띄는 그림 한 점이 등장했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다.(네이버소개)  주인공 정서현 역을 맡은 김서형은 극 중 타고난 귀티와 품위 그리고 지성까지 겸비한 재벌가 출신 여인이다. 어느날은 전시회에서 마주친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의 그림을 보고 마친 자신을 떠올린다. 


김서형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가 좁은 문을 나가는 방법은 뭘까요?"

어린 아이 작가 "원래 벽은 없었어요. 코끼리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김서형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술은 그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귀감이 되거나 때로는 인생의 촉매제가 되기도 하며 순간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소리없는 아우성'. 또는 사회의 부조리, 유전무죄 무전유죄, 부패한 권력 등 평등하지 못한 사회를 향한 소리없는 외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그 특별한 능력을 통해 다양한 재미와 교훈을 주는 예술활동. 


대체로 예술인이라하면 정기적인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는 달리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기가 어렵다고 여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단체 또는 기업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수상을 하였거나 국내에서 인정받는 대회에서 수상을 한 이력이 없다면 예술세계에서 밥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현장에 있는 예술인이 아니다보니 내 지식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이정도다. 운이 좋아 동네에서 학원을 이끌며 안정적인 월수입을 받고 선배로서 교수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교수진이 아니라면 배고픈 예술인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예술활동증명을 해주는 단체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예술인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던 찰나 알게됐다.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이라는 곳이었다.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에서는 예술활동증명을 발급하고 있다. 이 증명서는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예술인봅지법'에 의거, 예술을 업으로 하여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라고 적혀있다. 


13일 기준 3740명이 증명서를 발급됐고 그외 9844명이 증명서를 발급받기위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우리나라인구가 5182만1669명이니깐...그 중 1만4000여명이구낭...)  예술활동증명과 더불어 복지지원, 심리상담, 신문고 등을 운영중이다.


현시대 사회에서 예술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이상 관련 대회에서 입상하지 않은 이상 나의 예술성을 증명해줄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예술인은 누가 명명하는 것인가. 


예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을 하면서 앞면이거나 뒷면이거나. 예술가의 작품은 죽은 후 재조명되어 그 값이 배로 뛴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배고픈 예술인이라는 말이 그냥나오는게 아닐것 같다. 중학교 3학년 이었던 내게 "인문계 진학을 위해 무용을 배우러 왔냐"고 질문했던 무용선생은 예술인이었을까, 사업가였을까.


내가 예술인의 삶을 산다면 매우 배가고팠을 것 같다. 


#예술인 

#배고픔 

#마인 

#나떨림

#글쓰기

#공대생의심야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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