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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30. 2021

순탄치 않던 직장생활…'사직서를 품안에'

엄마의 사직서는?

누구나 그렇듯 내 직장생활도 쉽지 않았다. 


7년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입사 초기부터 짤릴 위기에 처했다. 1년 간은 회사를 잘 다녔고 원하는 부서로 발령도 받았다. 그런데 갑작스런 임신과 결혼이 닥쳤고 새로운 부서에서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솔직하지 못했던 나로 인해 시작된 어려운 회사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릴만큼 내겐 큰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 조차 진실되지 못했고 불신만 쌓여갔다. 정식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임신 사실 또한 알리게 됐다. 그렇다고 내 회사생활이 다시 좋게 풀리지는 않았다. 


곱지 않은 시선, 저러고도 회사를 다니냐는 눈총, 여기에 필요없는 존재라는 인식 등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부서로 발령이 났고 거기서도 가고 싶지 않은 부서로 밀려났다.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례에 없던 육아휴직을 주라며 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다. 안그래도 미운오리새끼가 꽥꽥대니 회사에서는 좋아했을리 없다. 육아휴직을 주냐마냐로 몇번이고 불려갔다. 싫은소리 이상한 소리 들어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내 권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고 기언치 회사로 나와 얼굴을 비추라는 부장의 말에 따라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나자 육아휴직을 받기위해 회사를 찾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3개월의 육아휴직이었다. 1년도 아닌 6개월도 아닌 고작 3개월이었다. 


앞서 출산한 여직원 가운데 출산휴가가 아닌 육아휴직을 했던 전례가 없었다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오갔다. 회사에 입사해서 회사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냐며 고작 1년하고 몇개월 재직해놓고 육아휴직을 주장하는 내가 이기적이라고 했다. 


아이를 배에 품고 몇날며칠을 울면서 지냈던 것 같다. 외근이 많았던 직장 특성상 일주일에 두세번정도 회사에 들어갔다. 내부 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참고 견뎌야 했다. 마치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이 이렇다싶었다. 


나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이 회사를 당장 그만둘 것도 아니고 육아휴직 후에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를 출산하고 6개월 가량 아이를 돌보고 직장으로 돌아갔다. 억지로 나를 받은 부장은 시간이 지나자 누구도 하고싶지 않은 일을 나에게 던져줬다. 그냥 나는 회사에서 놈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해내야 하는 그런 존재였다. 회사에서 끈질기게 붙어 있는 내가 신기하기도 했을 거다. 그런 일을 몇번 하고 나니 해가 바뀌고 부장이 바꼈다. 그러다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나를 데리고 있던 부장이 나를 고생시켜 미안했다며 이제라도 한 번 제대로 일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다. 술자리에서 '이제 나 안 미워하지?'라며 지나가는 말로 너스레를 떠는 그 부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기회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자 했다. 그리고 잘하고 싶었다. 입사 초반에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고자 했다. 그리고 잘한다는 말 한번 듣고 싶었다. 그 뒤로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주는 상을 연속으로 두 번 입상하게 됐다. 남들 앞에서 수상을 하는 기분은 마치 그동안 나의 값진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았고 그동안 겪었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힘겹게 유지하고 지켰던 나의 커리어는 세 아이를 가지면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글쓰는 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애기는 따로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를 지탱해줬던 것은 내 가방 속 사직서였다. '에잇, 더러워서 내가 사직서 내고 만다'는 심정으로 회사를 다녔다. 그래도 저 사직서를 진짜로 제출하진 않았다. 그럴거면 진즉 냈어야지 싶었다. 그리고 2018년 10월 진짜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하던 날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고 박수치며 떠나고 싶었다. 


이따금 연락오는 직장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의 소식을 듣고 있으면 '그래도 직장생활 허트로 보내진 않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그 필드로 돌아가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그런 비슷한 필드로 갈 수는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살다보면 길이 보이겠지싶다. 


아참, 오늘 엄마로서 사직서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사직서도 못내더라. 그래서 지나간 기억을 되짚어봤다. 나는 어떻게 살았더라? 그러다보니 이 글이 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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