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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29. 2021

가슴이 답답할 때, 어디에 말할까

라디오를 켜고~♬

살다 보면 답답한 날이 없을 수가 없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것 같이 굴다가도 어느날은 그렇게 꼴배기가 싫고 나를 힘들게하는 존재로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이들이 없던 유년 시절엔 지나가다 보이는 쓰레기조차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고 길을 걷다 내 걸음을 방해하는 돌부리가 그렇게 산산조각 내고 싶을 만큼 짜증이나서 감정 밑바닥에서 잠자고 있던 나의 분노를 바깥으로 끌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시절엔 내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무 이유없이 그냥 슬프면 라디오를 듣곤 했다. 습관적으로 자기전 라디오를 들었다. 저녁 10시 이후 라디오 속 DJ들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정말 너무 따뜻했고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즐겨 듣던 라디오는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성시경의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등이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DJ들의 목소리와 노래소리는 방황하는 나를 위로해줬고 제자리로 돌려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나의 라디오 사랑은 이어졌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듣는 라디오는 특히나 위로가 됐다.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있는 DJ의 속삭임을 듣고 있으면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나또한 더 열심히 살게 됐다. 


출근길 매일 듣던 라디오는 '황정민의 FM대행진'이다. 어느날은 긴 신호를 대기하면서 짧은 문자 사연을 보냈고 운 좋게 '홍진경의 만두' 상품에 당첨됐다. 그것도 두번이나 당첨됐다. 그 만두가 '더 만두'로 시중에서는 팔진 않는데 속이 고기와 여러가지 채소로 꽉꽉 찬게 맛이 굉장히 좋다.


'딸아이와 함께 출근길 입니다. 우리모두 화이팅'이라는 문구였던 것 같다. 당시 시각이 7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던지라 문자보내는 속도가 누구보다 빨랐고 내가 보낸 문구가 작가의 마음을 울린 듯 했다. 두번째는 무슨 사연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억나는건 똑같은 홍진경의 더 만두가 우리집 앞에 배달되 있었다. 


요즘에는 영어공부한답시고 102.7MHZ을 즐겨 듣는다. 마치 BBC 방송에서 해주는 뉴스를 듣는 심정으로 듣는데 Covid-19 아니면 Vaccine 또는 BTS 라는 말만 들릴뿐.... 


그래도 라디오는 너무 좋다. 라디오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노래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며 다른 사람의 사연을 접하는 만남의 장소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MP3라는 노래듣는 기계가 생기면서 라디오는 사라질거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속상했다. 라디오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은 절대 따라올 수 없을텐데. 세월이 지나서도 이렇게 멀쩡하게 여전히 길거리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가 너무 반갑다. 


The Buggles가 부릅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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