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떨림 Jul 21. 2021

공허함을 이겨내는 방법

글쓰기미션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진 여자]


힘없이  어깨가 축 쳐진 긴 생머리의 여자가 소파에 앉아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허벅지가 드러난 짧은 바지를 입었다. 방금 설거지를 마쳤는지 엉덩이 옆 부분의 바지가 젖어있고 티셔츠 끝자락도 물에 젖어 축축히 늘어져 있다. 


그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열어 바깥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손에는 따뜻한 커피가 들려 있었지만 좀체 커피는 줄어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오전에만 3번의 커피를 내려 줄커피를 마셨을텐데 오늘은 한 잔의 커피잔을 비우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열어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선선한 바람이 그의 피부를 올라타 외로움을 증폭시켰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을 띠는 나뭇잎과 바람을 타며 땅으로 떨어지는 낙엽은 그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정글 속 아기 사슴이 늪에 빠져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지만 움직일 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 늪에 빠진 기분. 우울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노래를 틀었다. 어쿼스틱 기타 반주와 보컬의 목소리가 그마저 남아있던 희망조차 죽여버리는 것 같았다. 한 없이 땅으로 꺼지는 그의 기분은 쉽게 세상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는 현실을 외면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은 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눈을 감았다. '도피' 인지 '외면'인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인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어떤 모습을 하느냐에 따라 '잠'이란 수단이 '공허함을 다스리는 처방전'인건지 '우울함으로 인한 파생된 무기력함'인건지 알게될 것이다.


그가 잠이든 지 몇시간이 흘렀고 잠에서 깬 그는 한참을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인식했는지 또 한숨을 내셨다. '엄마~엄마~' 연이어 불러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짜증이 몰려왔다. 그는 누가됐든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간섭받기 싫었고 무엇이든 하고자하는 의지가 없었다. 


누군가 명령어를 입력이라도 한 듯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맡은 바 해야할 일을 꾸역꾸역 해냈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었지만 극단적으로 자신의 일을 외면하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노래를 트는 그. 이번에는 비트에 몸을 맡긴 채 춤도 함께 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자신들도 한껏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공허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스스로가 초라하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춤을 추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가라앉은 무거운 기분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분을 풀어줄 계기가 필요했다. 


'즐거워서 웃는게 아닌 내가 웃어서 즐거운 거라면 한 번 웃어보리라' 그녀는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따라 웃었다. 진심인 지 거짓인 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3곡을 연달아 틀어 몸을 흔들어 된 탓에 지쳤는지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잠시 춤을 멈췄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한 스님의 말을 되새기며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어차피 죽을텐데 왜 사는걸까요? 이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왜 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죽을 걸 알지만 사는 동안 잘 사는게 중요하지요"


소용돌이 속을 한참 헤엄치던 그의 앞에 갑자기 어디선가 동앗줄 하나가 내려온 듯 희망이 느껴졌다. 춤추면서 빨라졌던 맥박 덕분인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자신의 삶에 기대와 환희가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한 고비를 넘겼다. 


-끝-


위 글은 내가 공허함 또는 우울감을 느꼈을 때의 모습을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재연해본 것이다. 요즘 사회에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들의 비보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우울증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 공허함이다.  


*백과사전을 살펴보면 '공허'는 심리적 용어로 삶에 대한 의미를 느끼지 못하며 즐거움이나 기쁨과 같은 감정에 대하여 둔감해지고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공허의 느낌은 기분부전장애, 우울증, 외로움, 성쾌감 상실, 절망, 기타 정신·감정적 질환(분열성 인격장애, 외상 후 정신적 외상,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분열형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포함)을 수반할 수 있다고 나온다. 공허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분 상태이지만 심해질 경우 정신장애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된다. 


나는 주기적으로 지인들에게 공허함(우울감)을 느낀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특히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눈으로 보는 시각,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촉각 그리고 코로 맡는 후각 등 오감 가운데 세가지의 감각이 자극될 때면 외로움과 우울감에 빠져든다. 


운이 좋으면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소리가 울려퍼지는 포크송을 듣고 땅바닥을 치는 기분을 노래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아니면 정반대로 비트가 빠른 노래를 틀고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댄다. 이것도 안되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무의미한 일상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쓸데없는 생각이 날 틈이 없도록 정신없이 수다를 떤다. 일부로 우울하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고자 한다. 


우연히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우울증은 자신이 기대했던 사랑 또는 관심을 받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마음의 감기'


그래서 나는 스스로 공허함(우울감)이 형성될 때면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공허함이 사라지고 평범한 감정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내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의지가 있냐 없냐의 한 끗 차이로 나의 정신은(마음은) 병이 들기도 하고 낫기도 한다.


이게 바로 내가 공허함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공허함

#우울

#우울증

#사랑

#관심

#의지

#글쓰기

#나떨림

#공대생의심야서재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시작: 무엇이든 할 수 있는 6개월 쿠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